국제유가 하락…재고평가손실 발생
정제마진 감소…4Q 실적 악화 전망
   
▲ 정유4사 로고/사진=각 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태산을 쌓았건만 흙 한 삼태기가 모자라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은 요동반도 출정에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이방원에게 죽게 된 상황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이같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국내 정유업계는 사상 첫 총 영업이익 8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이익도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계는 5조70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2조399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3년 연속 3조원 달성을 내다봤으며, GS칼텍스도 3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8.8% 늘어난 636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와 유사했다.

에쓰오일은 3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으나, 2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240%가 넘는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목표달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평가됐다.

   
▲ 9월27일~12월28일 국제유가 추이/자료=오피넷


그러나 4분기에 상황이 달라졌다.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8일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5.3달러에 거래됐으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의 가격은 각각 52.2·52.9달러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과잉이 겹친 탓이다.

이는 지난 10월초 대비 30달러 가량 떨어진 것으로,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이익에 치명타를 안겼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오고 2~3개월 뒤에 이를 되파는데 그동안 유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게된 것이다. 

정유부문 수익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정제마진 급락도 수익성 악화에 불을 지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분기까지 배럴당 6~7달러선을 유지했으나, 10월과 11월 각각 5.2달러와 4.9러를 기록하더니, 이번달 둘째주 2.6달러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통상 손익분기점보다 2달러 가량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정제마진의 영향으로 정유사들이 4분기 고배를 마실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대비 81% 줄어든 1609억원,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88.7% 줄어든 419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98.8% 급감한 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예상보다 많은 감산을 단행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감산을 시사, 내년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중 무역분쟁 및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부진이 이어지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