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한 뒤 정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비핵화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두 사업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3일 밝혔다. 다만 제재 면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엔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1일 밤 KBS 신년기획 ‘한반도의 미래를 묻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핵화가 풀려가면 가장 우선할 것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라”면서도 “제재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3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 현 상황을 평가하고 정부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우선 정상화한다’고 약속한 사업이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2017년 9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2375호에 따라 북한과의 합작이나 북한의 경공업 제품의 수출 금지에 해당한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관광 대가로 대량의 현금을 북측에 전달하면 제재 위반이 된다.
김 위원장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적극 제안했다. 앞으로도 남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지난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에 이어 또다시 제재 약화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가 나왔다. 또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원한다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미국 연구기관인 애틀란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위험한 제안은 문재인정부에 한미동맹과 한국성(Koreanness)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은 만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단지 북한의 부질없는 기대일 뿐”이라고 했다.
북한이 보여줄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핵‧미사일 시설 사찰 및 신고 등이 있다”며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2일 발표한 ‘2019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 및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제재 강화 국면을 통해 사실상 제재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이 되었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북미 협상과 향후 비핵화 진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제안은 현재의 국면에서는 한국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일정 부분 난처한 내용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통일연구원은 “북·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논의가 본격화되고 빠르면 상반기 재개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제시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달린 것으로 ‘제2의 남북철도 착공식’이 될 수 없다. 철도연결의 경우 공동연구조사 등의 과정을 고려해 이번에 사실상 ‘착수식’이 가능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기업들의 입주와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완화 조치 이전에 남한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미 그동안 반복되어온 북한의 무력 도발로 인해 이 두 사업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되었고, 이제 김 위원장의 제안이 우리 정부의 바람처럼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협상카드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북한이 다시 남한에 몽니를 부릴 빌미가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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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노동당 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소파에 앉아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