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3일 최근 의혹 폭로를 이어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앞으로도 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며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가 적자국채(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발행 압력을 넣었고, 정부가 국가채무 규모의 조작을 시도했다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 전 사무관은 2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의혹을 주장했고, 이어 3일 유서를 남기고 반나절 동안 잠적했다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어 논란을 증폭시켰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이에 대해 "신재민 사무관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남아서입니다"라며 "많이 망설이다가 페북에 글을 올립니다"라고 전했다.

김 전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먼저 "신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이라며 "또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나도 신 사무관 또래의 아들이 있었습니다"라며 "자식을 먼저 보낸 남은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아끼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고 간곡히 언급했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3일 최근 의혹 폭로를 이어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앞으로도 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며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연합뉴스

다음으로 김 전 부총리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다"며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한 국(局)이나 과(課)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다"며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다음 해 예산 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부총리는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의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라며 "특정 국 실무자(신재민 전 사무관)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신 전 사무관에게 "그 충정도 이해가 됩니다"라며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전 부총리는 "그러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심지어는 부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전 부총리는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이라며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