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사태 본질, 금융당국 '말 바꾸기'에 있어…법적 안정성 결여
기업 경영승계 문제로 연결 말도 안 돼…경영 승계 판단 시장 몫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설명을 듣는 등 자료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학자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융당국의 ‘말 바꾸기’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3대 회계법인은 물론 금융감독원 마저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회계처리가 정권이 바뀌면서 ‘분식회계’로 둔갑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법 기준이 바뀌어선 안 된다며 정부의 행정처리는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디어펜이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제8차 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은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제8차 기업경제포럼을 개최해 이 같이 밝혔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또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현진권 대표는 “삼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며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기업이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바라보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며 “이 자리는 삼성바이오 사태에 대해 법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장”이라고 포럼 취지를 설명했다.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미디어펜이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개최한 제8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발제를 맡은 최준선 명예교수는 “명백한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거래 정지와 상장폐지심사를 한다는 것은 행정청으로서의 신뢰를 팽개친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논쟁은 IFRS가 불명확해 벌어진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경우 법 집행 당국의 판단은 일관되고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이 2011년에 도입한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는 아직도 IFRS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며 “원칙중심의 IFRS는 그 자체가 허점이 많고 기업이 연결재무제표까지 작성해야 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험과목인 규정중심 회계기준은 GAAP를 공부해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했던 회계사들도 IFRS가 생소해 준비가 덜 돼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IFRS는 추상적인 규정이 많기 때문에 질의 회신, 집행 지침, 해석 지침 등을 충분히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또 “행정행위는 마땅히 ‘신뢰보호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본질적으로 회계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 판단을 번복한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어긋나고 법적안정성에도 어긋난다”며 “법적 안정성은 정의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라고 했다.

   
▲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가 미디어펜이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개최한 제8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호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쟁점들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 했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다면 그것이야말로 회계조작이라고 지적받았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콜옵션 공시 누락 문제에 대해서는 “2012년과 2013년에 콜옵션 공시가 누락된 것이 고의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밝혀져야 할 사항이지만, 어떤 경우든 2014년에는 공시가 됐기 때문에 2015년 말의 관계회사-종속회사 회계처리 사안과는 별개의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바이오 문제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연결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사건의 전후관계를 알면 터무니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며 “문제의 종속회사-관계회사 회계 방식 변경은 2015년 말에 이뤄졌고 합병이 일어날 당시에는 회계변경을 예측할 어떤 단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미디어펜이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8층 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법적 안정성에 관하여’를 주제로 개최한 제8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승욱 교수는 “삼성바이오사태의 본질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삼성의 경영승계에 대한 반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199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삼바 사건 모두 삼성의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논란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의 잘잘못은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능력이 없는 후계자에게 기업을 물려줘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시장이 판단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현행법상 누가 더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법정에서 다루지만, 그 이전에 논의해야 할 일은 과연 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를 위해 좋은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이 나쁜 기업이 아니라 가족이 경영하든,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든 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기업이고, 망하게 하는 기업이 나쁜 기업”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재벌에 대해 한국 경제의 기관차라고 인식을 갖느냐, 노동자를 착취하는 원흉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