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책정당 면모 갖춘다지만…‘청와대 의혹’ 등 정쟁 구도속으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나경원 원내대표는 ‘별다방’ 같은 대안·정책정당으로 자유한국당을 변모시킬 수 있을까. 별다방은 커피전문점 업계 1위인 스타벅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나 원내대표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한국당이 지향하는 바를 빗댄 표현이다.

한국당은 7일 오후 국회에서 ‘경제 비상상황 극복,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주제로 경제 4단체장을 초청,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소비를 늘리고, 소비가 다시 생산 증가와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대안으로 만들어가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취임 초반부터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정당이 되겠다”며 사안별 대책특별위원회 및 정책조정위원회 구성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강경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정책 역량을 부각하겠다는 것인데, 강경 일변도였던 김성태 원내지도부와는 차별화를 이루는 지점이다. 이날 긴급간담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면모일신 노력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쉬움도 공존한다. 최근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을 만한 사안이 늘면서부터다. 

당장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김태우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고, 각론에서는 폭로자들을 공익제보자로 볼 것인지를 놓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이었던 광화문으로의 대통령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점도 여야가 대치하는 전선 중 일부다.

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도 이달 안으로 계획서가 처리될 예정이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조와 잠재적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어 한국당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가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중심이 돼 제기해 온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도 고발 1년 3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가 이뤄져 향후 여야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어떤 사안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총력전을 불사할 기세다.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심복인 조 수석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수록 한국당의 정책적 역량을 펼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강력한 투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권 안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일반 국민이 바라보기에는 그저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1일 제외) 전국 유권자 20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한 결과, 한국당은 지난주 대비 0.9%p 떨어진 2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2주 동안 보였던 오름세가 20% 중반에 머무르며 박스권에 갇힌 것이다.

관련해서 한 야당 관계자는 “원래 여야가 정쟁하고 대립하는 구도가 잔잔한 정책 사안들보다는 더 눈길을 끄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정쟁만 이어져서는 정치권 오래된 구도를 연출하는 것밖에 더 되겠나.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지난 4일 자유한국당은 ‘원내대책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를 열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