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명 분을 북한에 지원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가 의약품을 북측에 제공하는 것은 처음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타미플루 40만명 분과 또 다른 독감치료제인 리렌자 10만명 분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제공한 이후 10년 만이다. 

통일부는 8일 제301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서면으로 열고 ‘인플루엔자 관련 대북물자 지원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실무인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인도단이 11일 방북할 예정으로 타미플루 20만명 분과 민간업체가 기부한 신속 진단키트 5만개가 육로를 통해 개성까지 이동하게 된다. 다만 남북 간 협의 상황에 따라 지원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미플루 20만명 분의 구매비와 수송비 등이 35억6000만원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된다.

앞서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에 합의한 뒤 같은 해 11월 보건의료 분과회담을 통해 감염병의 상호 유입·확산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남북은 후속 조치로 지난달 보건의료 실무회의를 열어 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치료제 지원 등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해 말 서울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타미플루를 북측에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의 공감을 얻으면서 대북지원의 걸림돌이 해소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30만 명가량 발생하고 확진환자가 15만 명 발생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런 것들을 근거로 북측의 수요, 우리의 준비 과정 등을 종합적 고려해 이번에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타미플루의 부작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주의사항이 안내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그런 부분들도 충분히 고려됐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타미플루 지원은 북한주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인도적 지원 물자를 남측 당국이 제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일부는 “이번 치료제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고 남북 간 인적 교류 과정에서 인플루엔자 확산도 방지함으로써 남북주민 모두의 건강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산림병해충 방제 협력 차원에서 북측에 전달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50t도 인도적 협력 성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 지난 2009년 12월1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한에 전달할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40만명분과 리렌자 10만명분을 실은 냉장트럭이 개성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