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해 역시 프로야구에서 연봉조정 신청을 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연봉조정 신청 마감일은 1월 10일. 11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마감일까지 연봉조정 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2011년 이대호가 롯데를 상대로 연봉조정 신청을 해 패배한 이후로 8년째 연봉조정 신청을 한 선수는 한 명도 없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 2011년 마지막으로 연봉조정 신청을 했던 롯데 이대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유는 뭘까. 구단들이 합리적이고도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연봉액을 제시했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그동안 연봉조정 신청 사례에서 선수들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학습효과'에 의해 선수들이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조정 신청을 꺼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래 총 20차례의 연봉조정 신청이 이뤄져 KBO가 중재에 나섰다. 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구단 제시액, 선수 요구액 가운데 한 쪽의 손을 들어주게 돼 있다. 합의에 의한 액수 조정은 없다.

이 20건 가운데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유지현(현 LG 트윈스 수석코치)이 2002년 LG를 상대로 승리했을 뿐, 나머지 19번은 모두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가 이긴 확률이 5%밖에 안된다.

유지현의 경우 2001년 연봉 2억원보다 2천만원 오른 2억2천만원을 요구했고, LG 구단은 1천만원 삭감한 1억9천만원을 제시하며 맞섰다.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연봉조정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KBO 조정위원회는 팀내 고과 1위를 차지한 유지현의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2억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마지막 연봉조정 신청자였던 이대호는 2010년 타격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성적을 내세워 3억9천만에서 3억1천만원 인상된 7억원의 연봉을 요구했다. 롯데는 6억3천만원을제시했다. 결론은 또 선수의 패배였고, 이대호의 2011년 연봉은 6억3천만원으로 정해졌다.

당시 비교불가 성적을 냈던 이대호마저 연봉조정 신청의 패배자가 되자 이후 선수들은 연봉조정 신청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연봉 협상을 할 때 구단 측은 전문적인 평가와 통계 등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선수들은 비슷한 연차와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 등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구단과 싸울 무기가 마땅찮다.

이번부터는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연봉조정 신청자는 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제(신규 영입일 경우 총액 100만달러), FA 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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