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신유용 전 유도선수가 실명에 이어 얼굴까지 공개하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폭로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코치가 얼마나 파렴치한지 드러났고, 체육계에서 감춰져 있거나 쉬쉬 해오던 폭행 및 성폭행의 실태가 또 한 번 밝혀졌다.
불과 하루 사이에 신유용의 성폭행 피해 사건은 크게 공론화가 됐다.
이번 사건이 처음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14일 오전 한겨레 보도에 의해서다. 신유용은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것을 보고 용기를 내 자신도 실명을 공개하며 코치에게 당했던 성폭행 피해를 매체를 통해 폭로했다.
신유용은 인터뷰를 통해 고교 1학년 때부터 5년간 코치에게 어떤 식으로 몇 차례나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가 코치를 고소한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 충격을 안겼다.
신유용의 '미투' 파장은 컸고, 그는 더욱 용기를 내 얼굴까지 공개했다.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고, 피해를 당한 사실의 증거가 될 수 있는 코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또한 신유용은 이날 저녁 지상파 뉴스에도 직접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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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뉴스8', KBS '뉴스9' 방송 캡처 |
SBS '뉴스8'에 출연한 신유용은 "(지난해) 11월에 미투를 했었고 그 이후에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이대로 묻히나 싶었다. (심석희의 미투로) 체육계 성범죄 관련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저도 다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유용은 수사 진행 상황도 전했다. "처음에는 흐지부지하게 늘어지는 편이었고 예전 일이고 피해자 입장밖에 없어서 사건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그는 "(경찰에서) 진술 당시 피해 사실을 1년 뒤쯤에 코치였던 사람과 동료에게 말했다고 하니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될 거 같다고 해서, 그분들이 증언해 줄 거라고 생각했고, 바로 전날 연락 두절이 돼 증언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좀 화도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해한다"는 속내도 밝혔다.
이어 KBS '뉴스9'에도 출연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체중을 못 뺀다는 이유로 유도기술로 졸랐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해서 거품을 문 적도 있다. 기절도 했었다"며 어릴 때부터 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를 뒤늦게 고발한 데 대해서는 "그 사건을 혼자 묻고 있다가 대학 입학을 하게 됐는데 입학 직후에 그 사람(코치)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가 자신이 내연관계 있는 걸 알게 됐고 2011년도에 나와 성관계 맺은 거 알게 됐다며 '50만원을 줄 테니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하더라. 거기서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가해자인 코치가 돈으로 무마하려 한 사실도 폭로했다.
성폭행 피해 당시 주변에 적극 알리지 않은 이유를 그는 "학교에서 장학금 받던 선수였고, 유도가 내 전부였기 때문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유도 인생을 끝내야 된다고 생각해서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심석희에 이어 신유용까지 미투 폭로에 나서면서 체육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인 코치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동안 다소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던 대한유도회는 코치에 대한 징계 안을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증거가 불충분해 수사에 미온적이던 검찰 측은 고소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코치를 이른 시일 내에 소환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되짚어보면, 신유용이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고소한 것이 지난해 3월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수사에 진척이 없자 그는 지난해 11월 미투 고백도 했다. 하지만 무명의 전 유도선수의 이런 미투는 별로 관심도 주목도 받지 못했다.
국가대표이자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인 심석희가 미투 폭로를 하고서야 대중은 체육계의 비위에 눈길을 돌렸고, 심석희를 보고 용기를 낸 신유용이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서야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심석희와 마찬가지로 신유용도 미성년자이던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했고, 자신의 전부와 같은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후 반복된 피해를 감추고 살았다. 어렵게 용기를 내 미투 폭로를 했으나, 사안의 특성상 과거 성폭행 피해를 확실한 증거를 앞세워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조재범 전 코치나 유도 코치는 성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그래도 공론화가 된 이상, 여론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다. 수사 기관이나 관련 기관, 빙상계와 유도계는 실태 조사를 철저히 해 사실을 밝혀내고 가해자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유용은 방송 인터뷰에서 심석희가 성폭행 사실을 털어 놓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을 공론화하면서 다시 한 번 체육계 미투가 이슈가 됐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고맙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게 아니니까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고 자책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미투 운동이 왜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는지, 심석희와 신유용이 용기로 보여줬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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