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사전계약 첫 날 3468대. 영업일수 8일 만에 누적계약 2만대 돌파. 영업일수 16일 만에 2만6000대 돌파.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세운 기록들이다. 판매 첫 달인 지난해 12월 1908대를 판매하고도 연간 국내 대형 SUV 산업수요(2017년 4만7000대)의 절반을 넘는 잔여 계약물량이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팰리세이드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미디어 채널인 HMG 저널을 통해 지난해 11월29일 사전계약 첫날부터 8일간 계약된 2만506대의 팰리세이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 구매층을 집중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팰리세이드 고객의 평균 연령대는 50세를 밑돌았고,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팰리세이드 이전에 타던 차종은 중형 SUV가 가장 많았지만 의외로 대형 세단이나 준중형 세단 오너가 팰리세이드로 갈아탄 사례도 적지 않았다.
◆팰리세이드는 '아빠차'…남성 비율 85.2%
팰리세이드 계약 고객들을 살펴보면 남성, 그 중에서도 '아빠'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남성 고객의 비율이 85.2%로 여성 고객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팰리세이드보다 한 차급 아래인 싼타페(TM)의 남성 고객 비율이 80.5%인 것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다. 과거 현대차의 대형 SUV 라인업을 채웠던 베라크루즈도 남성 고객 비율(79.1%)이 80%를 넘지 못했다.
남성 고객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 이상이 많다. 팰리세이드 남성 계약 고객 중 40대의 비율이 37%로 가장 높고, 50대가 26.9%로 그 뒤를 잇는다. 30대와 20대의 비율은 각각 21.2%, 2.0%다.
사실 이 숫자만 봐서는 해당 연령대의 남성 고객이 전부 아빠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팰리세이드 고객들이 남긴 댓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그들이 한 가정의 가장이란 사실이 잘 드러난다. "아빠 차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족과 함께 탈 7인승 SUV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등의 기대평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패밀리', '여행, '아빠'였다.
현대차는 "존재감이 느껴지는 디자인, 강력한 성능, 3열까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는 실내, 후석 대화 및 취침모드, 후석 승객 알림 등 풍부한 편의장치를 내세우는 팰리세이드가 남성과 아빠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착한 가격'으로 구매 연령대도 젊어져
팰리세이드의 고객층은 기존 대형 SUV와 비교했을 때 젊어졌다. 국산 대형 SUV의 주 구매층이 50대 이상인 것과 비교했을 때 팰리세이드 고객의 연령대는 40대가 중심이다.
팰리세이드를 향한 젊은층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싼타페(TM)의 고객 연령층 선호도와 비교하면 잘 나타난다. 30대와 40대, 50대에 걸쳐 선호도가 약 25%대로 고르게 분포된 싼타페(TM)와 달리 팰리세이드는 30~40대의 선호도가 각각 36.5%와 21.6%로 높은 편이다.
보통 중형 SUV는 젊은층이, 대형 SUV는 장년층이 탄다는 통념이 팰리세이드를 통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보다 젊어진 새로운 수요층이 만들어진 것 또한 유추할 수 있다.
수입 대형 SUV와의 비교를 통한 선호도를 보면 50~60대가 팰리세이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최근 들어 30대의 구매 비중이 부쩍 높아진 수입차 시장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반대로 50대 이상부터는 팰리세이드가 수입 대형 SUV를 따돌리고 고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50대에서 26.8%가 팰리세이드를 선택했고, 19.7%가 수입 대형 SUV를 찾았다. 30대에서는 32.8%가 수입 대형 SUV를, 21.6%가 팰리세이드를 구입했다. 30대는 수입 대형 SUV를 조금 더 선호하지만, 40대부터는 선호도 차이가 크게 줄어 1.1%에 불과하다(팰리세이드 36.5%, 수입 대형 SUV 37.6%).
이에 대해 현대차는 "3000만~4000만원대 가격인 팰리세이드에 동급 수입 대형 SUV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첨단 편의·안전장비와 유지보수 등 합리적인 관점에서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적인 가치가 높은 팰리세이드가 40대 이상 연령대의 수입 대형 SUV 예비 고객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싼타페, 그랜저, 아반떼급에서 팰리세이드로 갈아타
팰리세이드는 현대차를 타다 더 크고 가족적인 차를 찾는 고객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실제 팰리세이드를 재구입한 고객의 유형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유형은 22.7%를 차지한 '지금보다 더 큰 SUV를 원하는 중형 SUV 보유 고객'이다. 여행과 레저를 위해 더 큰 공간을 갖춘 대형 SUV를 찾는 것이다.
기존 SUV 고객들은 보다 큰 SUV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길이, 너비, 휠베이스가 4980mm, 1975mm, 2900mm인 팰리세이드가 출시되자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인 이상의 대가족이거나, 4~5인 가족이더라도 좀 더 넓고 편안한 탑승공간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중형 SUV의 '구색만 갖춘 3열좌석'이 아닌 '제대로 된 3열좌석'을 갖춘 팰리세이드가 만족스런 선택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구입 고객 유형 중 15%를 차지한 '더 큰 SUV를 찾는 준중형 자동차 보유 고객'도 눈여겨 볼 수치다. 이들은 30대에 결혼한 후, 자녀가 초등학생 이상의 연령대가 되고 본인도 40대가 되자 대형 SUV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고객군이다. 결혼 전후로 중소형 세단을 10년 가까이 타다가 '가족과 함께 탈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팰리세이드를 구매하는 것이다.
대형 SUV에 대한 로망과 니즈를 항상 품고 있던 대형 세단 고객 15%도 팰리세이드의 새로운 고객이다. 차체 사이즈는 대형으로 유지하되, 차종을 세단에서 SUV로 바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고객이 대다수다.
◆8인승보다 7인승…더 안락하고 고급스런 좌석 원해
팰리세이드는 시트 구성에 따라 7인승과 8인승으로 나뉜다. 7인승은 8인승보다 탑승 가능 인원은 적지만 가격은 29만원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승의 구매비율이 76.4%로 압도적이다.
이는 안락하고 고급스런 좌석에 대한 선호도를 방증한다. 2+2+3열로 시트가 구성된 7인승 모델은 2열 좌석이 독립식으로 구성돼 편안할 뿐 아니라 3열 승객의 승하차도 편리하다. 2+3+3열 구성의 8인승 모델의 경우 2열 좌석이 상대적으로 고급감이 떨어지고 3열 좌석 승하차시 2열 좌석을 접어야 하는 불편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엔진 선호도에서는 가솔린 선택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먼저 출시된 싼타페 TM의 경우 13.2%가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던 것에 비해, 팰리세이드는 무려 22.6%의 고객이 가솔린 엔진을 선택했다. 이는 최근 가솔린 엔진 선호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구동방식은 2륜구동(앞바퀴굴림) 4륜구동 비율이 각각 55.6%와 44.4%로 나타났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팰리세이드의 외장 컬러는 5가지 중 '화이트 크림'이 가장 선호도가 높다.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5.4%가 이 색상을 택했다. 현대차는 "산뜻하고 깔끔한 화이트 크림 컬러가 팰리세이드의 웅장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타임리스 블랙이 24.1%, 스틸 그라파이트 20.3%, 문라이트 클라우드 8%, 타이가 브라운 2.2% 순이다. 이와 같은 순서는 연령대별 선호도에서도 거의 그대로 이어져 화이트 크림의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