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간 초계기 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과거사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일관계가 초계기, 레이더라는 안보 갈등이 더해져 심상치 않다.
국방부는 23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23일 우리 함정을 향해 또다시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위협비행은 이미 알려진 지난달 20일 북한 어선을 구조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위협비행 외에도 이달 18일과 22일에도 있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23일 일본 초계기는 이어도 근해에서 작전 수행 중인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에서 불과 수십미터 고도를 날았다고 한다. 우리측이 수십차례에 걸쳐 경고통신을 했는데도 무시하고 근접 비행했다고 하니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진다.
아베 총리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쿠릴 열도 4개 섬에 대한 반환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벌였지만 성과없이 끝난 직후 초계기 위협비행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지율 만회를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일본은 23일 위협비행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유감을 표했다고 하니 양국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 같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 “한국측에 냉정하고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싶다”며 “초계기는 적절히 비행했다는 보고를 방위성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지난 23일 한국 군 당국의 발표에 대해 "초계기가 고도 150m 이상, 거리 500m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한일 간 초계기 위협비행이 초미의 갈등으로 부상하는데도 일본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의아한데 여기에 우리 군의 무장헬기 대응이 거론되면서 논란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일본이 추가 도발할 경우 우리도 초계기를 띄우고 무장헬기로 대응하는 것을 합참이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방부는 즉각 군의 대응 방안 강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뿐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래선 아베 총리만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일본이 처음 초계기 갈등을 일으키면서 일본과 영어로 제작된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을 때 우리는 이 문제를 사격통제 레이더를 면밀히 조사하고 증거를 제시해 외교적으로 풀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오히려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 동영상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6개국 언어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양국의 갈등이 국제선전전으로 비화한 뒤 한일 양국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14일 두 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아베 정권의 연이은 도발이 일본 내 보수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일본 산케이·후지TV가 지난 19~20일 실시한 1월 월례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7.9%로 전월대비 4.2%p 올랐다. 산케이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레이더 갈등으로 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진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 시사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갈등을 이어가다가는 국민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낳을 수 있다. 한일 문제는 양쪽 정부 모두 상수로 두고 적절하게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알지만 이번처럼 군사 문제로 정면충돌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북한의 핵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일본의 역할이 존재하는 점을 감안해 양국 모두 문제를 키우지 말고 해소하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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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욱 합참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국방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관련 입장문을 읽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