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과 당권 구분해야…관리형 당 대표 선출하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광폭 행보 중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견제구가 쏟아지고 있다. 요지는 대선주자가 당권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분란과 어려움,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거나 거기에 책임이 있는 분들, 그리고 당에 대한 기여가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솔직히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본인 역시 전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황 전 총리를 콕 집어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는 “황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걱정이 많다. 우리 당의 많은 분들의 고민은 황 전 총리가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면서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친박(친 박근혜)·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약해진 계파 논쟁이 당내에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고 황 전 총리가 불출마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친박·탄핵 프레임은 당내 통합에 방해가 되는 건 물론 보수정치 통합에도 걸림돌”이라고도 했다.

전대 출마가 유력시됐지만, 일단 불출마 의사가 완강한 김무성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전대에 나와선 안 된다”고 황 전 총리를 압박했다.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단 당내에서 차기 대권에 욕심이 있는 인물의 당권 도전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없다. 당 대표가 전권을 지니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한국당의 차기 지도체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가 대권을 위해 당권을 휘두르면 당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2015년 12월 새천년민주연합은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전 의원이 갈등을 벌이며 분당 사태로 이어진 바 있다.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 간 계파 갈등이 수그러 든 듯 하지만, 최근 친황(친 황교안)이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도 이들이 황 전 총리를 견제하는 이유로 보인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번 전대가 관리형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대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대 출마를 가장 먼저 공식화한 안상수 의원은 지난 23일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위 당권과 대권을 구분하자는 논의가 (당내에서) 계속 있어왔다”고 했다. 한 야권 관계자도 “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당내 갈등의 소용돌이에 말리는 모습이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 15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가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