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조무우무 우유조유”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조국이 무죄면 우병우도 무죄고, 우병우가 유죄면 조국도 유죄’라는 뜻이라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비판하며 세간의 ‘뼈있는 농담’도 함께 전한 것이다.
특감반은 물론이고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의 만남,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폭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여권에서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자 바빠진 것은 되레 한국당이 됐다.
문제는 제1야당으로서 넓어진 ‘전선’을 모두 아우르려다 보니 전하려는 메시지가 산만해진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여기저기 다 한마디씩 거들려다 보니 대체 어디에 방점이 찍혀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단’ 등 사안별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 중인 한국당 입장에서는 서운한 평가다.
때문일까. 이런 평가가 나오는 와중에도 정 정책위의장의 한마디에는 이목이 쏠린다. 팩트와 주장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기는 식의 화법을 써서다. 공식 석상에서 나오는 정 정책위의장의 표현은 대부분 본인이 직접 선택하고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당 ‘안전·안심 365 특별위원회’와 연석으로 치러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맹비난했다. 특히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마치 ‘지옥도’를 연상하게 한다는 말을 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위성사진도 부인하면서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억지를 부리는데도 (정부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이 정권의 기조가 ‘친중반미’라서가 아닌가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지옥도’가 펼쳐지는 와중에도 정부는 중국을 향해 말 한마디 못한다는 논리를 쉽게 풀어내어 지적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 간의 관계, 서영교 의원의 ‘재판거래’ 의혹을 싸잡아 “김·혜·교 스캔들”이라고 비꼬았던 것도 정 정책위의장의 작품이다. 청와대는 “초현실적 상상력”이라며 김 여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한국당의 꾸준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최근 정 정책위의장은 말로 인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지금 ‘목포는 호구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발언 때문이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의미 왜곡”이라면서도 일단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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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