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막으며 ‘살 처분 없는 겨울’ 기대했다가 ‘허탈’
   
▲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기도 안성에서 9개월만에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허'를 찔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를 아직까지 잘 막으면서 내심 '살 처분 없는 겨울'을 기대했으나, AI보다 더 무서운 구제역이 터지면서 '허탈'해진 분위기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축산방역 당국은 가축전염병 예방에 진력해 왔다.

하지만 구제역 보다는 AI와 '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에 더 신경을 썼다.

계절상 한반도에 대거 날아오는 겨울철새가 AI 바이러스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고 실제 항원이 다수 검출됐지만, 아직 모두 '저병원성'으로 판정돼 AI 발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돼지열병은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구제역의 경우는 그동안 거의 모든 우제류(소, 돼지 등 발굽이 2개인 가축으로 구제역 발병 가능)가 백신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덜했다.

결국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셈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도 29일 브리핑에서 "해당 농장도 백신을 접종했다고 판단된다"며 "우제류는 거의 100% 접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좀 더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잠잠하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경로로 안성의 이 농장에 감염됐는지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AI는 최초 진원지가 철새지만 구제역은 '사람'일 공산이 높다.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

사실 그동안 농식품부가 AI를 나름대로 잘 막으면서 기대치가 높아져, '김칫국'부터 마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AI 발병이 전년도보다 현저히 줄었고, 올 겨울에는 아직까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정부업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구제역 발생 바로 전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가축질병대응, 동식물 검역 등에서 현장 맞춤형 우수연구성과를 도출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자화자찬'까지 했는데 , 구제역이 터지면서 머쓱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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