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들 일제히 비판... '총선용' 의도 논란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현 정부·여당은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라는 방식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격렬히 성토했다. 그때 야당이었던 현 정권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의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말문이 막힌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민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예타 면제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교수는 하루 전인 28일 페이스북에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답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타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강 보 처리 방안 과제를 던져준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 분석과 예타를 무시하겠다고 한다"며 "위원장으로서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 일을 못 하겠다"고 위원장직 사퇴도 시사했다.
|
|
|
▲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치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도 일제히 비판하면서, 예타 면제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에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면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논평은 "국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예타 면제는 제도의 도입 취지는 물론,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경제성이나 사업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타를 면제할 경우, 4대강, 경인운하 같이 국민 혈세 낭비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예타 면제의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장자치단체들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추진하지 못했던 토건 SOC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려할 부분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국내총생산 대비 토목.건설사업에 과도하게 세금을 쏟아붓는 정책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녹색교통운동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무분별한 토건사업으로 인한 예산낭비와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성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쳤던 사람 중심 경제,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말뿐인 구호로 전락했다"며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 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면제를 따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은 '허구'임을 국민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예타 면제사업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떠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환경회의 역시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중단을 촉구했다.
환경회의는 "예타 면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정권 차원의 시혜적 관점'에서 출발했다"며 "총사업비 61조 2518억 원을 정무적으로 심사해서 발표한다는 발상 자체가 합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거 등을 앞두고 정권을 잡고 있는 측이 재정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예타가 도입됐는데, 지금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예타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참고 자료도 보지 않고 정책을 정하는 것이며, '정치적 책임'조차 묻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비판과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절차인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타 면제를) 확정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며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보다 촘촘하게 수행하고, 사업추진과정 상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서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예타 제도의 도입 취지, 정신, 원칙, 기준을 존중하고 이 제도의 틀을 앞으로도 유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예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