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예보료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보장비율도 손봐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취임 공약으로 '예금보험료' 인하를 발표하며 금융업계에서 예보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예보료 인상의 절대적인 견인차 역할을 한 저축은행은 자본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가 안정됐다며 예보료 인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업계도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보료 책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인하 목소리에 힘을 가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예보료는 한 업계만을 보고 조정하는 것이 아닌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예보료가 인하된다면 보장비율도 함께 손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 박재식 신임 저축은행중앙회장/사진=저축은행중앙회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부담하는 예보료가 최근 5년새 36%나 늘어났다. 예보료는 2013년 2조4419억원에서 2017년 3조3306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저축은행은 표준예보료율 0.4%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은행 0.08%, 보험과 금융투자 0.15%보다 최대 5배 높은 수준이다.

예보료는 금융기관이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를 대비해 원금을 보전해주는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료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에 부실이 생기면 해당 기금을 활용해 계약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인당 최대 5000만원을 대신 지급하게 된다.

저축은행업계는 자본 건전성이 좋아진 만큼 예보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4.5% 수준이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치(15.6%)에도 근접한 수치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높은 예보료로 인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박 회장이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예보료 인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도 저축은행이 예보료 인하 카드를 들고 나선 것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는 예보가 보험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은 다른 금융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보료가 높게 증가하고 있다. 생보사와 손보사가 낸 예보료는 2013년 5641억원에서 2017년 1조148억원으로 4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보험료 계산 방식에서 빚어진 문제다. 보험사가 내는 예보료는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나중에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아두는 책임 준비금과 한 해 동안 걷은 보험료의 평균액에 0.15%를 곱해서 구한다. 

장기 상품인 보험은 신규 가입이 늘지 않아도 책임준비금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예보료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타 금융업권 부실로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야기하는 ‘통합체제’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예보료 인하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업계 분위기와는 다르게 예보 등 금융당국은 예보료를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부실사태 당시 투입된 예보기금 27조원 가운데 아직 15조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 역시 예보료 인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예보료는 거시경제학적으로 살펴보고 난 뒤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한 기업, 한 업계만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보료는 커버리지 비율과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정돼야 한다”며 “예보료가 낮아진다면 보장비율도 함께 손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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