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희정(55) 전 충남지사는 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이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2017년 8월29일부터 지난해 2월25일까지 10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지위와 권세는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공소사실 10개 중 9개를 인정하면서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공소사실 1건은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가 특정되지 않은 1차례의 강제추행 혐의다.

나머지 9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1심과 반대로 김씨 진술을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씨가 주장한 피해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 안희정(55) 전 충남지사는 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자료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러시아에서 일어난 최초 강제추행 당시 김씨 진술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피해 폭로 경위가 자연스러워 무고 이유가 없다"며 "안 전 지사의 첫 강제추행이 피해자 진술로 증명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전체 진술에 비춰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며 "피해자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어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피해자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변호인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미투' 폭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시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며 "피해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러한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