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계약직 조합원의 감동어린 호소에 ‘눈물’

“2009년 7월 31일 해고장을 받던 선택의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할지라도, 저는 또다시 또다시 이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 길이 옳기 때문입니다. 이 길이 맞다고 내 손 잡아줄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KBS 계약직 지부 김지해 조합원의 마음 깊은 결의문이다. 짧지만,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양심의 방향과 기준을 정확히 표현했다고 본다. 이 결의문이 낭독되던 그 순간,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김우룡 방문진 前이사장이 미국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양심의 선택은 나이의 많고 적음, 권력의 높고 낮음, 연봉의 많고 적음, 학벌의 좋고 나쁨, 실력의 빠름과 늦음에 있지 않을 것이다. 양심의 방향은 모든 유형의 세계를 파괴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 판단에 있을 것이다. 김지해 조합원에게서 ‘양심의 살아있음’을 보았고, 김우룡 이사장에게서 ‘양심의 살아있음’을 목격하지 못했다.


김재철 MBC 사장(좌측)과 김우룡 방문진 前 이사장이 지난 3월 19일 운명이 엇갈렸다.
▲김재철 MBC 사장(좌측)과 김우룡 방문진 前 이사장이 지난 3월 19일 운명이 엇갈렸다.



나이도 한참 어리고, 지위도 현저히 낮은 소녀같은 한 사람이 권력의 뒷길로 물러나는 김우룡 이사장에게 화살을 날리는 것처럼 나는 들렸다. 그 소녀는 김우룡 이사장을 말하지는 않았다. 김우룡 이사장의 비겁한 도망길을 전해들은 나로선, 두 사건이 겹쳐서 들렸다.

이찬진씨가 한 네티즌의 말을 전달한 적이 있다. 그 네티즌은 “멀쩡한 사람도 국회만 들어가면, 비정상이 된다. 그 국회의원 비교적 정상이다고 하면 대단한 칭찬이다”고 했다. 늘 입에 ‘진실’을 달고 다니고, ‘진심’을 명함에 새겨서 다니는 의원들이 왜 ‘사기꾼’의 상징이 되었는가 정치인과 권력자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김재철 MBC 사장은 “사나이가 약속을 못 지키면 한강에 돌을 메달아 던져라”면서 “황희만 이사를 특임이사로 돌리겠다”고 MBC 노조에게 약속했고, 또 “김우룡 이사장이 나를 포함해 MBC 전체, 시청자에게까지 명예손상을 시켰다”면서 “명예회복을 위해 김우룡 이사장을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굳게 취재진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이 두가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래서 MBC 노조는 ‘한강에 돌을 메달라’고 요청한 김재철 사장의 약속대로 총파업의 돌을 김 사장에게 메단 것은 아닐까 본인의 약속을 MBC 노조들이 신실하게 지켜준 것일 수도 있다.

KBS계약직 지부 김지해 조합원의 “해고장을 받던 선택의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할지라도, 저는 또다시 또다시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는 양심적 고백이 MBC의 두 권력자에게 울려퍼지길 희망해본다.

KBS 계약직 지부는 사람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들은 말한다. “모두 복귀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먼저 들어가는 조합원이 있고, 조금 늦게 들어가는 조합원이 있을 뿐이다.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우린 하나다”고.

“약먹고 혼미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기억이 안난다”고 해명한 김우룡 이사장이나, “김우룡 이사장때문에 참담한 심정이다. MBC와 시청자를 위해서도 형사고소하겠다”고 했다가 “내가 결정할 사안이다”고 번복한 김재철 사장이나, KBS 계약직 지부의 아주 어린 소녀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본다. 바로 양심과 진심이다.



김지해 조합원이 “해고장이 다시 주어져도 나는 다시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고 했다면, 그 두사람도 “방문진 이사장과 MBC 사장이 다시 주어져도 다시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고 하지 않겠는가 옳고 그름은 먼 곳에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의 번복은 ‘신뢰’에서 먼 곳에 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