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형의 표준이자 탐관오리를 징벌하는 도구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사극 등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암행어사는 '정의의 사도'였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암약하다가 탐관오리와 악한 자들을 혼내주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암행어사는 항상 인기 좋은 사극 소재였다.

암행어사의 상징 하면 사람들은 마패를 먼저 떠올린다.

마패는 암행어사가 역졸과 말을 동원할 수 있는 왕의 징표이며 힘과 권위를 대표하는 것으로, '암행어사 출두'를 외칠 때 늘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또 다른 암행어사의 상징이 있으니 바로 유척(鍮尺)이다.

유척은 20cm 정도 길이의 놋쇠로 만든 사각 금속 막대로, 조선 도량형 제도의 표준이 되는 '자'다.

악기제조에 쓰였던 황종척, 곡식의 양을 재는 데 사용된 영조척, 포목의 길이를 재는 포백척, 제사 관련 물품을 제작할 때 쓰던 예기척, 토지 길이를 쟀던 주척 등 다섯 가지 자가 새겨져 있다.

부패한 관리들은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나눠줄 때는 정량보다 적은 됫박으로 곡식을 퍼주고, 세금을 거둘 때는 큰 됫박으로 거둬들여 수탈을 하곤 했다.

암행어사들은 바로 이런 행위를 적발하는 데 유척을 사용했다.

즉 유척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양을 판단하고 시비를 가려주어 힘 없는 백성들을 보호하는 '정의의 도구'이자, 조선 판 '공정경제'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과 함께 '공정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편법과 탈법, 반칙이 난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해년 한 해는 공정경제가 뿌리 내리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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