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난 사안에도 징계안 제출…정략적 접근”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국회의원의 징계 여부나 자격 등을 심사하기 위해 설치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사실상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법적 절차가 종결된 사안이나 정당한 영역의 업무를 놓고서도 일단 징계안부터 제출하고 보는 여당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윤리특위는 이달 안으로 자유한국당 김석기·심재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대한 징계안 상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서영교 의원은 재판청탁 의혹이, 손혜원 의원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석기 의원은 용산 화재사고 당시 과잉진압 논란을 부인한 점, 심재철 의원은 비공개 예산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유출한 점을 들어 각각 징계안이 회부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발의한 김석기·심재철 의원 징계안의 최종 목적이 일방적인 정치공세에만 치중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야당의 정당한 ‘목소리’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주민 등 민주당 의원 24명이 발의한 김석기 의원 징계안이 가장 큰 문제로 삼는 부분은 지난달 21일 김석기 의원이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이다. 용산 화재사고가 발생한 2009년,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작전을 지휘했던 김석기 의원이 당시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독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당 측은 김석기 의원이 “지금도 (당시 상황이라면) 똑같이 할 것”이라고 한 점을 짚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주장과 달리 이날 김석기 의원은 “용산 화재사고는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력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수 없고 어떤 이유로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화염병이나 염산병, 불법 새총탄 등 시민을 향한 위협 때문에 경찰의 진압 작전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해당 사건을 다룬 대법원이 “경찰의 공무집행을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민주당이 징계안을 발의한 의도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석기 의원 건은 대법원 판결도 났고, (기자회견은) 의원 본인의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손혜원 의원 의혹을 덮기 위한 (민주당의) 정략적 접근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심재철 의원 징계안도 비슷한 비판에 직면한다.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낸 징계안 내용을 보면) 국회의원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린 행위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이 정부의 잘못된 예산을 확인하고서도 지적을 안 하는 게 되레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앞서 심재철 의원 보좌진은 기획재정부 재정정보분석시스템(OLAP) 등을 통해 정부의 예산 내역을 입수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자 기재부는 심재철 의원 및 보좌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용산 화재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주며 진압의 정당성을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