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브 비건 실무협상팀이 평양에서 3일째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은 불투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추가관세 부과 유예시한인 3월2일 이전에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청와대도 오는 27~28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에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재차 부인한 바 있어 이 시기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일단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간 2자 약속으로 합의될 수도 있고, 남은 비핵화 과정에서 실무합의 선으로 그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 측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은 여전히 협의 대상이고 미북 간 종전선언으로 시작해 평화협정으로 귀결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정치적 선언’이라고는 하지만 종전선언은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의 ‘4가지 기둥’ 중 하나인 첫 번째와 두 번째 조항에서 명시한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에서 안정적인 평화 정권 구축’을 위한 ‘입구’에 해당하는 선결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 내 여론을 통과할 경우 가능한 조치이다. 이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담판의 성과가 나왔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일단 비건 대표의 평양 체류 일정이 길어지고 있어 북미 실무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실 비건 대표가 임명된 이후 북한의 김혁철 전 대사가 카운터파트로 정해지면서 실무협상이 진전을 보고 있는 것이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전 대사가 실무협상 테이블에 모든 의제를 올려놓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가 될지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약속하거나 언급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례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영변 핵실험장 폐기 및 검증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약속받았다는 ‘전체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가 포함될지 여부이다.
북한의 핵탄두와 화학무기 등 현재핵 폐기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비중이 50%를 웃돈다는 평가가 있어서 미래핵 생산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 만약 포괄적이나마 ‘북한의 핵시설 신고’가 포함된다면 비건 대표의 실무협상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러시아 원천 기술을 미국이나 중국으로 빼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과 ‘ICBM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꿀 경우 핵보유국을 선언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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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
이제 미국이 북한에 해 줄 상응조치가 북한이 강력 원하고 있는 경제제재 완화에 얼마나 부합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는 미 의회의 승인 없이는 완화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용인하는 수준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을 통한 석유 공급 제한량을 늘리는 등의 제한적인 제재 해제 조치도 거론된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대중 인력 수출과 물자 반입이 확대될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북한의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가입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의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가입은 북한 경제건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를 확보하는 방안이 된다.
북미 협상에서 한미군사훈련과 주한미군 문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미는 올해 합동군사훈련 계획 발표를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이는 북미 간 협상이 잘 될 경우 한미군사훈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한미군사훈련 때 미국이 전략자산 무기의 투입 중단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문가 관측도 있다.
다만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철수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체제 이후에도 주한미군 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계획도 없고,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건 대표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실무협상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 오산 기지로 돌아올 전망이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과 회담 의제에 대해 앞질러서 말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협상은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합의사항인 완전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