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증권회사 인수·합병(M&A) 촉진방안'이 시행 7개월 만에 첫 성과를 거뒀다.

중소형 증권사 메리츠종금증권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증권업계의 M&A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예금보험공사는 16일 아이엠투자증권 지분 52.08% 매각을 위해 메리츠종금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1700억원대로 알려졌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옛 솔로몬투자증권으로, 지난 2012년 4월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이후 예보 관리 아래 매각 절차를 진행해 왔다.

예보 관계자는 "자금조달 능력 등 평가방식에 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앞으로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 후 금융위원회가 주식취득을 승인하면 인수절차가 최종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아이엠투자증권은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증권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동부증권이 인수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CXC종합캐피탈과 사모펀드(PEF)의 2파전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CXC의 인수 무산으로 재매각 작업에 들어간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6곳 중 3곳이 증권사였고, 메리츠종금증권은 본입찰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본입찰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마감 시한을 넘긴 골든브릿지증권도 인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증권사와의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지정 요건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서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또한 자기자본이 1000억~3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개인연금신탁 업무'를 허용하고, 500억~15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증권사는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을 허용키로 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 인수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권사의 동일한 수익 구조로 인해 시너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제공한 인센티브를 통해 시너지를 대체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도 개인연금신탁 업무 및 사모펀드 운용업 겸업이 허용돼 신규 사업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더불어 IB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아이엠과 부동산금융에 특화된 메리츠 간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가 다른 증권사 M&A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중소형 증권사는 리딩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대형사는 현대증권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최근 증권업의 가치가 떨어져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노조 반발 등은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인수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을 확보하며 단숨에 업계 10위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 3월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각각 7215억원, 369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