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법인은 정원엔시스, AJS, 디지텍스스템 등 단 3개사에 그쳤다.

이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 도입 직전인 지난 2008년 같은 기간 38개 상장사가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91.10%나 줄어든 것이다.

매년 초부터 7월16일까지 발생한 횡령·배임 혐의는 ▲2009년 21개사 ▲2010년 12개사 ▲2011년 14개사 ▲2012년 9개사 ▲2013년 6개사 ▲2014년 4개사 등으로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로 문제가 되는 법인들을 꾸준히 정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는 부실하거나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는 기업에 대한 퇴출을 강화함으로써 형식적인 상장폐지제도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고 코스닥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 2월4일 도입됐다.

실제로 2008년 1월1일부터 7월16일까지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한 38개 기업 가운데 92.10%인 35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다. 그 후 ▲2009년 14개사(혐의발생 법인의 66.66%) ▲2010년 9개사(75.00%) ▲2011년 10개사(71.42%) ▲2012년 4개사(44.44%) ▲2013년 4개사(66.66%)가 줄줄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정윤모 연구위원은 "상장폐지는 해당 종목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닌만큼 한국거래소 측에서 주저했을 것"이라며 "형식상 폐지가 안 될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폐지돼야 하는 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코스닥 상장법인은 회사 규모와 비교하면 횡령·배임 금액이 크기 때문에 상장폐지나 도산으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2005년 1월부터 2010년 9월 사이 146개의 코스닥 법인이 횡령·배임 관련 공시를 했고 이들 중 78개사(52%)가 상장 폐지됐지만, 공시로부터 상장폐지까지 평균적으로 497일이나 걸리면서 투자자 피해도 확대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횡령·배임 등 실질심사 사유발생이 확인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 ▲심사대상으로 선정될 경우15일 이내 상장폐지기준 해당 여부 결정 ▲이의신청을 할 경우 15일 이내 최종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실질심사기업의 단계별 소요기간은 상장폐지기업의 경우 평균 66.4일, 상장유지기업의 경우 평균 33.8일, 대상제외기업의 경우 평균 13.7일이 소요돼 횡령·배임 공시로부터 상장폐지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상장폐지 기업이 크게 늘어났는데 실질심사 및 감사 강화에 따른 것"이라며 "실질심사제도 도입 이후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도 한층 엄격해졌다"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