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연금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결권을 사전 공시하기로 확정한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훗날 연금의 혜택 여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부터, 본연의 목적인 노후 자금 관리부터 잘해야 한다는 회의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자문위원회는 지난 7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개최 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국민연금은 주총이 끝나고 난 뒤 14일 안에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개해 왔다.
사전 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주식 자산군 내 보중 비중이 1% 이상인 기업 전체 주총 안건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안건이다. 사전 공시 대상에 포함된 국민연금 투자기업은 2018년 말 기준으로 100개 안팎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 등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부가 기업을 ‘입맛대로’ 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있어왔던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4차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2060년)보다 3년 빨라진 2057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훗날 연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2030 청년들의 경우 국민연금을 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기금소진을 대비해 국가지급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강제적 의무 규정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은 국민연금 본연의 목적인 노후자금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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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자문위원회는 지난 7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개최 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국민연금은 주총이 끝나고 난 뒤 14일 안에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개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L씨(20대)는 “솔직히 말해 국민연금을 안 떼어갔으면 좋겠다”며 “내 노후자금은 내가 알아서 관리하는 것이지 국가가 해주겠다는 개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금 고갈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는데, 본연의 역할인 기금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H씨(30대)는 “개인이 수십 년간 일정액을 꾸준히 모으는 것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금 제도 자체는 찬성한다”면서도 “문제는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무언가 잘못했다손 쳐도 정부가 기업만큼 옳은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국민연금이 단순 의결권 이상의 영향력을 시장에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 중구 소재의 직장에 다니고 있는 C씨(30대)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과 주식 상품에 투자할 수는 있다”면서도 “주총에 앞서 의견을 미리 피력하는 것은 정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주주들의 결정권까지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K씨(20대)는 “국민연금이 투자를 통해 기금을 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국민 개개인의 연금이 합쳐진 국민연금이 하나의 주최로서 기업에 권한행사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며 “연금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기업에 투자해라 마라 의견을 개진한 적이 없는데 그 돈이 기업 옥죄기로 변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Y씨(20대)는 “지난번 대한항공 사태처럼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잘못되면 우리의 노후 자금이 손실을 입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해야 된다”며 “다만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한다고 해서 피감 기업이 잘 되거나 기금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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