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시계 7~8개월 전으로 돌려보라”
전대일정·5·18 논란 지속…‘朴心’도 파장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2·27 전당대회라는 ‘빅 이벤트’를 앞둔 자유한국당이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서부터 전대 일정에 반발한 당권 주자들의 보이콧 선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의 책임 있는 구성원들에게 시계를 7~8개월 전으로 돌려보자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이익보다 당을 생각하고, 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지지율 30%를 내다보는 상황에서 긴장이 풀린 듯한 당 내부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한국당이 떠안게 된 악재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불러온 ‘5·18 폄훼’ 논란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 관련 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또 극우 인사인 지만원 씨를 초청, 5·18 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일각의 설을 공론화시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일단 당 지도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소수 의견’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의 의식해 선을 긋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근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의원들은 기존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파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진태의원은 이날 성명문에서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짜 유공자’ 분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니 우리는 알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전대 날짜가 겹쳐 불거진 일부 당권 주자들의 전대 보이콧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이날 전대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대 일정변경 불가’ 입장을 재차 못 박으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정우택·안상수·주호영·심재철 의원 등 6명 당권 주자들의 당 대표 후보 등록 거부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6명을 제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예정대로 12일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어서 자칫 이번 전대가 ‘황 대 김’ 2파전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위에서는 ‘비대위원장이 큰 결단을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는 등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 전 대통령의 의중 역시 당권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사실상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주장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고,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생각) 했다”고 논란을 전면 반박했다.

   
▲ 자유한국당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었다. 좌측부터 박덕흠 의원,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병준 비대위원장, 최병길 비대위원, 우경수 비대위원./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