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형님. 큰일 났어요. 지금 애들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고 놀라서 울고 있어요."
지난해 11월15일 발생한 지진으로 느혜미야홀과 식당 및 본관 비롯한 10여개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유리창이 파손됨에 따라 학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한동대 학생이 기자에게 전달한 문자 메세지 내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포항 북구 인근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나면서 부상자 130여명 및 주택 5만여채 파손을 비롯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0일에도 경북 포항 인근 해역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규모 4.0~5.5 수준의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선진국 대비 내진강재 사용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내진 H형강 사용비율은 2012년 4%에 불과했던 것에서 2016년 21%로 늘어났으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내진철근 및 후판을 포함하면 비율이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속되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일본의 경우 내진설계 및 용접성 강화를 위해 제조된 'SN' 규격을 충족하지 않는 강재는 건축물에 사용할 수 없으며, 미국 역시 강재선정시 내진성능이 확보된 제품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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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규모에 따른 피해 정도/자료=기상청 |
이들 개정안 가운데 진도 5 수준의 내진설계가 충족될 경우 건축물을 구성하는 강재를 제한하지 않는 현행법을 진도 7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 지진 당시 기상청이 발표한 진도는 7이었으며, 진원(실제 지진이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90km 거리에 있는 대구에서도 진도가 5로 측정됐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건설사들이 일반강재 및 콘크리트 사용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통해 현행 규정을 충족하고 있으나, 내진철근의 지진에너지 충격 흡수력이 일반 제품보다 30% 가량 높다는 점에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SN강재·HSA강), 현대제철(H코어), 동국제강(내진용 코일철근) 등이 내진용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으나, 이들 업체들도 수익성 향상을 떠나 안전 제고를 위해 이들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일명 '1:29:300' 법칙으로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 발생 이전에 그와 비슷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고 및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큰 사고는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경미한 사고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자연이 한국 사회에 대해 지진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안전 불감증에 입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또 하나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사례가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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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이 지난해 10월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MK 2018'에서 전시한 H코어 제품./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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