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없는 총파업에 끝까지 싸우겠다”

7일 2시 MBC 노조는 전국지부로 총파업 출정식이 있었다. 제주, 마산, 진주, 광주, 목포 등 지역 MBC 조합원들을 포함, 1000여명 조합원이 모였다. 모두 어두운 복장과 간편한 차림으로 배낭을 메고 있다. 결의에 찬 표정에도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화사한 웃음과 함께 담소도 나눈다. 모두 싱그럽게 ‘언론독립’의 명제로 모인 것이다.


총파업 출정식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반면, 김재철 MBC 사장에게는 최악의 날씨다. 각 지부별로 깃발을 앞세우고 오와 열을 맞춘다. 바람이 약간 불자, 깃발이 나부끼고, 사회자가 전열을 정돈한다. “입만열면 사기치는 김재철을 몰아내자”고 구호가 반복되고, 출정식이 시작했다.



앞에서부터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
▲앞에서부터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겨울부터 MBC 총파업을 준비했다”면서 “KBS와 YTN까지 MBC 사수를 위해서 공영방송을 반드시 사수하겠다. 방송독립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상재 위원장은 “이러한 총파업은 하늘의 뜻이다”며 “출구도 없고, 퇴로도 없는 총파업이지만, 끝까지 싸워 승리의 노래를 부르자”고 호소했다.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은 “MBC의 공영방송은 이미 죽었고, 김재철 사장도 이미 죽은 자와 다를 바 없다”면서 “죽기까지 싸워 MBC를 지키자”고 목청을 높였다. 황성철 부위원장의 목소리는 사뭇 떨리고, 비장하고, 산처럼 울려퍼지는 듯 했다.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의 결의문이 끝나고, MBC 노조원들의 긴 행렬은 MBC 본사에서 여의도 공원을 지나, 국회 의사당 앞까지 이어졌다. 출정식 사회자는 “총파업 집회는 신고된 집회이므로, 경찰의 안내를 받으면서, 중간 중간 구호를 외치고, 절대 도로를 밟으면 안된다”면서 “인도에서 도로에 발을 내리면, 도로교통법의 저촉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 긴 행렬을 따라 깃발이 나부꼈다. 경찰의 안내를 받으면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이근행 위원장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의 구호가 이어졌고, 각 언론사 매체들은 실황중계를 하기도 했다. 지나가다가 유심히 쳐다보는 시민들도 많았다.



좌측에서 권영길 민노당 대표,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
▲좌측에서 권영길 민노당 대표,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 황성철 MBC 노조 부위원장.




국회의사당 근처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권영길 민노당 대표는 “누구는 MBC 노조가 총파업을 했다고 하지만, 김재철 사장이 있는 저 MBC는 껍데기 MBC에 불과하고, 길거리에 나선 여러분이 진정 문화방송이다”고 격려했다. 권영길 대표는 故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인용해 “김 추기경이 독재정권을 향해, 양심과 도덕은 없고, 총과 칼 뿐이더냐고 외쳤던 그 메시지가 현 정권에도 동일하게 질타한다”고 경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참여했다. 김영호 언론연대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를 미친 소라고 했다고 PD수첩 제작진에게 올가미를 씌우고,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뉴스앵커의 마이크를 뺏는 정권이다”면서 “MBC가 죽으면 언론자유가 죽고, 언론자유가 사라지면, 민주주의도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또 김영호 대표는 “퇴로가 없는 총파업 투쟁에서 깃발을 내리면, 패잔병이다. 패잔병은 결국 몰살된다는 명제를 기억하라”면서 “끝까지 싸우는 길만이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강조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 출정식을 마무리 하면서 “청와대가 조인트를 까면서 MBC에 개입한 그 당사자를 처벌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언론을 정권의 도구로 추락시킨 그 진상을 규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이근행 위원장은 “천안함 침몰과 더불어 MBC 침몰은 대한민국에게 비극의 씨앗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사법부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이 위원장은 “김우룡이 해외로 도피했지만, 2년동안 권력의 개노릇을 한 검찰이 김우룡 사건을 진상조사하는 것은 스스로 명예를 되찾는 좋은 사건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