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언론출판·학문과예술의 자유 등 헌법조항과 충돌
법 통과되면 정상토론 위축·악의적 루머 조장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5·18 폄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은 5·18 운동에 대한 비하나 모욕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문제의식 하에 이를 방지하는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 법제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5·18의 성역화를 강요하는 파시즘이나 마찬가지다.

폄훼·망언이라는 프레임으로는 혐오 발언과 표현의 자유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법리적 맹점을 명쾌히 정리하기 힘들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유사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동일한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8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도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법사위 전문위원 의견이 나왔다.

법조계는 처벌법이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언론출판의 자유(헌법 제21조)·학문과예술의 자유(헌법 제22조) 등 여러 헌법조항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5·18 비하' 처벌법이 실제로 통과되면 정상적인 토론이 위축되고 북한군 개입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 루머가 더 활개칠 수 있다.

   
▲ 개인정보보호법·국가유공자법·공공기관정보공개법과 이에 근거한 법원의 해석을 통해 5·18 유공자를 비롯해 (독립유공자를 제외한) 모든 유공자(국가유공자·고엽제 피해자)의 명단 공개는 금지되어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번 파문의 진원지가 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진상규명법)은 지난해 3월13일 제정되어 9월14일 시행된 것으로,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삼는다.

처벌법이 법제화된다면 진상규명법 목적에 맞는,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 규명을 위한 작은 목소리가 묻힐 수 있다. 일부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전혀 없는 성역화가 완성된다.

당초 민주당은 진상규명법에서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사건'을 진상규명 범위로 포함하는 것을 수용했다.

법에 진상규명 대상으로 명시된 것을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고 거기서 나온 발표 발언이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망언이 맞더라도 이를 계기로 반자유적인 처벌법 발의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나라지만, 5·18 진상규명은 사안에 따라 지식사회의 금기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의문점을 해소하는 공론화가 무조건적인 형사처벌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