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28개 납품업체 대상 서면실태조사 결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온라인쇼핑몰과 거래하는 납품업체에서 판매촉진비 떠넘기기와 같은 '갑질' 피해를 본 사례가 유독 많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거래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불공정행위를 막을 장치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탓으로, 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대형마트·편의점·백화점·TV홈쇼핑·온라인쇼핑몰·아웃렛 등 6개 업태 대규모유통업체 23곳과 거래하는 2028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대규모유통 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7년 7월 이후 1년 동안 이뤄진 조사는 그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과 그 이후 조처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조사 결과 응답 납품업체의 94.2%가 대규모 유통업체의 거래행태가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거래 유형별 개선 응답률은 상품대금 감액(96.9%), 계약서면 지급·지연 교부(96.3%),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95.5%) 순으로 높았다.

그러나 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92.1%), 판매촉진비용 전가(92.2%),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92.3%) 등에서는 개선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납품업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새로 도입한 법·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양호했다.

발주서 등 계약 서면에 상품 수량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한 시행령 개정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85.7%였고, 공급원가가 상승했을 때 납품가격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82.1%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판매촉진비용 전가가 9.5%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7.9%),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2.9%), 상품 반품(2.6%), 계약서면 미·지연 교부(1.7%), 경영정보 제공 요구(1.2%), 상품대금 감액(0.7%),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0.6%) 등이었다.

유형별 불공정행위 경험 응답자를 업태별로 나눠보면 판매촉진비용 전가·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상품 반품·경영정보 요구 등 항목에서 온라인쇼핑몰 분야가 1위였다.

계약서면 미·지연교부 사례는 편의점 분야가 가장 많았다.

납품업체 권익 보호를 위해 공정위가 만들어 보급하는 표준거래계약서는 98.5%가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백화점(99.7%)이 가장 응답률이 높았고, 온라인쇼핑몰(96.3%)에서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근절대책과 자율 실천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2017년 가전·미용, 작년 기업형 슈퍼마켓(SSM)·TV홈쇼핑 등 중점 개선 분야를 선정해 점검한 점이 거래 관행 개선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온라인쇼핑몰 분야에서 불공정행위 경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최근 이 분야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반해 불공정행위를 막을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와 간담회 개최, 익명 제보센터 운영, 온라인 홍보 등을 활성화해 새로 도입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재호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온라인쇼핑몰 등 불공정행위 비중이 높은 업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통해 거래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판촉비 전가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직권 조사 등을 통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