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상당하다. 미국 정보기관 수장이 ‘북한의 핵무기 포기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밝힌 이후 미군 사령관도 같은 주장을 밝히면서 미국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비핵화 회의론이 팽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DMI) 국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2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국 하원의장이 방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대표 등 우리측 방미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은의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비무장화인데 그렇게 되면 받아들일 수 있겠냐”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언급했다. 면담 자리에 배석한 앤디 김 하원의원 역시 회의론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우리측 방미단 앞에서 “북한과 12가지 이상의 의제를 논의했고, 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 실무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당초 미국이 목표했던 비핵화 로드맵 작성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북한과 수백만명이 사망할 수 있는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에 급급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북한 문제 책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는 무엇보다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그 분야 책임자일수록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펠로시 의장도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증거’를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방미단과 논쟁하기를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면담 말미에 펠로시 의장은 “사실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희망적이다.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동맹국가인 미국의 정치인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는데 국내 야권이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경계’와 ‘우려’로 전략을 다듬고 과정을 다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가짜 비핵화 경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적대 지속을 바라는 세력이 있다”고 말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아직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과연 잘될까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적대와 분쟁의 시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듯한 세력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이번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부분적 비핵화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때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의 일부만 내놓고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이고, 국내에서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 내기에만 급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을 협상용도로 사용해온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고, 이번에 김정은정권이 유난히 공격적인 핵협상을 펼치면서 전환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경제제재의 효과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린 전술적 변화인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핵폐기가 불가피하다고 결심한 전략적 변화인지 여부는 끝까지 가보지 않는 한 파악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대표적으로 영변 핵실험장 폐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 도출에 실패한다면 사실상 핵동결에 불과한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북미협상이야 말로 ‘디테일의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다면 이번 협상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이러니 북한의 비핵화 회의론은 더 나은 전략 수립과 협상 과정에 필요한 채찍질인 셈이다. 회의론을 펼친다고 해서 북한과 대화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특히 남한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당사자라는 인식이 있고, 북미 간 중재자를 자처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가짜 비핵화’ 경계론을 두려워해선 안될 것이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