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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
최경환노믹스 논란
최경환 신임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경환부총리는 “여러가지 과세나 인센티브 방안을 적절하게 적용함으로써 기업부문에 창출된 소득이 투자나 임금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또 최 장관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금과 정책자금을 활용하여 30조원의 돈을 풀고, 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협조를 당부하겠다고 했다.
최경환 장관의 정책 기조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도 반발하고 있다.
또 이주열 한은 총재를 만나 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풀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당장은 은행 차입 이자 부담을 낮추고, 달러 기준 원화의 환율을 다시 올리고 수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기에 반색하는 기류가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돈이 더 풀림으로써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가 유발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전임 김중수 총재는 금리인하에 부정적이었는데, 이주열 총재가 돈을 통한 경기부양을 선택하고, 물가안정이라는 한국은행 목표를 희생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 역사
세법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에서는 1968년부터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해오다 2001년에 폐지한 바 있다. 최초에는 ‘지상배당소득세’란 이름으로 과세를 하였다. 배당되지 않은 이익에 대하여 배당소득세를 회피하는 목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목적성과 관계없이 배당되지 않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된 것으로 의제하여 장부 계산상 주주에 대한 개인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에 일정 기준의 비상장 법인이 적정유보소득을 초과하여 소득을 보유하는 경우, 그 초과유보소득에 대하여 25%(1993년에 15%로 인하)의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이 제도의 목적도 자본거래를 이용한 조세회피를 규제하는 것이었다.
이 제도는 2001년에 폐지되었다. 2001년 개정 법인세법에서는 해당 조항의 폐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종전에는 비상장대법인이 이익잉여금을 배당하지 아니하고 적정수준을 초과하여 사내유보하는 경우 그 초과유보분에 대하여 15퍼센트의 세율로 과세하고 있으나, 이는 기업이익의 사내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이를 폐지함(현행 제56조 삭제)”이라고 개정 이유를 제시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이후 부채규모를 줄이고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권장정책을 바꾸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1997 외환위기의 원인처럼 과도한 차입보다는 사내유보라는 저축이 낫고, 자본확충의 경로도 위기에 약한 차입보다는 주식 공모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사내유보가 많아진 지금 그에 대해 과세를 할 수는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를 새로 한다는 것은 기업이 위태로와지더라도 사내유보를 법정 부분 외에는 하지 말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변경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모든 사내유보를 남기지 말고 쓰도록 하여, 또 다른 IMF 구제금융 사태가 있을 경우, 또 다시 취약성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논리들에 대한 검토
먼저 이중과세론이 있다. 법정 자본준비금을 제외한 적정 수준 초과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이중과세라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이중과세가 어디 이뿐인가? 상속세도 소득세를 내고 집에 들여온 것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또 내는 세금이니 이중과세고, 배당소득세도 법인소득세를 낸 뒤에 기업 주주에게 나누어줄 때 또 내는 것이니 (물론 배당소득 세액공제라는 형태로 이중과세 부분을 완화하고는 있지만, 요즘 공제 축소를 통해 세율인상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소득세도 실은 이중과세다.
그래서, 적정수준 초과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의 원래 출발점이 배당소득세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아 과세하려고 한다는 것이었기에, 법인소득세를 낸 후의 배당소득세 자체를 아예 철폐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한, 사내유보만 배당소득세 대상에서 빼자는 것은 일관성 면에서 약점이 있다.
다음으로 주주권리침해론이 있다. 일부 주주는 회사가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을 15%나 내기보다는 그것을 배당금으로 나누어주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다른 일부는 회사가 더 발전하여 주가가 오를 거라고 볼 때 배당금을 일시적으로 더 받는 것보다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는 전자의 배당금을 바라는 주주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도 배당수준을 현재의 약 2배 내외로 올리는 것은 주식저축 등을 통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지만). 미래의 투자를 적시에 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길 바라는 주주에게는 해가 될 것이다.
배당증가로 이어진다면 그 자체로는 꼭 권리침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결의한 임의 준비금의 경우 주주의 뜻이 회사 발전에 있으므로, 이 임의준비금은 조세회피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정부는 오직 조세 회피 목적임이 입증되었을 경우에만 과세를 할 수 있기에 이것에 과세를 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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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일성으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해서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가계소득도 향상시키겠다고 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80%가 이미 투자된 것으로, 과세를 강행하면 투자저해와 재무구조 악화 주가하락 가계가처분 소득 감소 등으로 투자가 되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부총리는 잘못된 처방에 매달리지 말고, 대기업 규제혁파에 올인해야 한다. 최부총리가 성남에 있는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일자리를 기다리는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다음으로 국부유출론이 있다. 이것은 국수주의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있겠지만, 자유무역주의 시장경제적 입장에서는 거론할 것이 못된다. 사내유보금 과세로 배당금을 늘릴 경우,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이 돌아가게 되어 국부가 유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 투자금을 왜 받았는가? 투자만 할 수 있고 투자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면, 그것은 외국인이 자본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살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어서 일시적 선동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국수주의 편견에 편승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내유보금을 창고 속에 처박혀 사용되지 않는 돈이라고 보고, 이를 유통시켜서 경제를 좋게 한다고 하는 주장이야말로 잘못된 논리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하면 배당 강화로 회피하려고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배당소득이 늘어날 것이어서 소비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만 그렇다. 사내유보금이 이미 국민들 속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누가 쓰느냐만 달라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7월17일자 조선일보 1면 톱기사는 “10대기업(10대 그룹의 대표 계열사) 곳간에 104조 쌓여있다”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올 1분기 현금 자산 보유액만 59조4121억원에 달했다. 현대자동차(23조8600억원)와 SK하이닉스(3조1380억원), LG전자(2조7138억원), 포스코(4조3590억원), 현대중공업(4조9199억원) 등 주요 기업들도 최소 2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쓰고 있다.
바로 여기 쌓아놓고 있다는 말에 사내유보에 대한 전형적인 오해가 숨어있다. 마치 조선시대 부유층이 사람들이 가뭄에 굶주림에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창고에 쌀을 쌓아놓고 혼자만 호의호식하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사내유보는 쌀처럼 창고에 비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재투자된 경우 외에도, 현금의 형태로 은행에 있거나, 채권의 형태로 바뀌어져 있어서 더 긴요하게 쓰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돈은 은행이 활용하고 있고, 채권발행자가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서민들이 그 돈을 은행에서 빌려서 활용하고 있다. 결코 기업의 “곳간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가계부채의 원인이 그 돈 때문인 것도 아니다. 마치 사람들이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은행이 있어서가 아닌 것처럼...
최경환 부총리는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그 돈을 적절히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걸 가계(家計)에 돌려주는 게 정상적인 자본주의 구조이지만, 지금은 가계가 오히려 빚을 쓰고, 기업이 저축하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세(課稅)하거나 인센티브를 적절하게 제공함으로써 기업소득이 가계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가계가 빚을 쓰는 것이 기업과 무슨 연관이 있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들을 혼동시키는 짓이다. 실제로 가계가 빚을 진 이유는 학자금 및 과외, 그리고 치솟는 주택가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리 은행 빚으로 집을 사는 선견지명이 돌연 주택값 하락 상황을 맞아 쇼크를 맞은 것, 그리고 중소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집 등을 담보로 빚을 내어 사업하다가 사업이 어려워졌던 후유증 등등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과 연관 짓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문제삼아야 한다. 정부가 기업이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여건을 만들어주고, 각종 규제를 해제해주지 않아서, 투자가 제대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초에 반짝 추진하는 듯하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되어버렸지만, 기업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답이다. 규제를 풀면 직장이 늘어나고, 그러면 취업하는 가계가 선순환을 더 잘 이룰 수 있다.
만일 사내유보 과세를 통해 돈을 쓰도록 강제하면,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회수하거나 채권을 되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뜻하지 않게 은행에서 돈이 마르거나 채권값이 폭락하는 등 역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서민금융에도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 돈을 해외에 다른 형태로 유보시켜 놓는 등 회피수단이 많아 실제로는 과세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의뢰한 정책연구 용역에서도 연구자들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듬.”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큼,” 따라서 “특정 투자행위에 대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김상헌 외_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 2011, pp.57-58).
국회의원이기도 한 최경환 장관의 정책이 국회예산정책처가 실시했던 이러한 연구용역사업 결과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