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민연금기금의 경영 개입은 위법이다. 국민연금의 구조적 특징과 한계를 감안하면 회사 가치는 물론이고 연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도움되지 않는다. 섣부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요술지팡이가 아니다."
20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조양호 회장이 지배한 한진그룹 경영성과가 경쟁업체에 비해 낮고 그것이 경영판단 실수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주총에서 오너 갑질을 문제삼아 공권력인 보건복지부가 조 회장과 다투는 것이 어불성설"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동근 교수는 "국민연금의 빈번한 경영권 개입은 오히려 투자기업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권 개입과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 제고 간에 체계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조 교수는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의 논거는 국민연금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역할을 자임 한 것에 지나지 않아 일종의 셀프도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교수는 "국민이 국민연금에게 기업 경영권 개입을 위임하지 않은 이상,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경영개입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위법"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고 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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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월20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이론적 측면에서도 스튜어드십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인센티브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법적 구속력 없는 스튜어드십 책임을 강조해도 무용하거나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론적 측면에서도 스튜어드십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기관투자자의 경영 관여로 회사 가치가 하락하거나 일반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회 추구와 자기 이익 실현에 재빠른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오남용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의 본질과 배경, 목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국민연금기금의 구조적 특징과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 관여에 나서는 것은 현 상태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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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 전경./사진=미디어펜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정부지배로부터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독립성을 확보 못하면 투자와 관련된 법위반사실이 있을 때 그 책임을 물을 책임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전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관리만 하고 기금관리 및 운용은 전적으로 독립된 기금운용위원회가 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는 구체적으로 우리 헌법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 교수는 "헌법 제126조와 제37조 2항에서 규정하는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경영 자율성을 통제하는 극단적인 방법은 지나치게 민간기업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을 제한해 위헌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을 빌미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독려한 것은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국가통수권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