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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사진=각 사 |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이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이들을 '토사구팽'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가 2년 넘게 남았으며, 회사가 재기할 발판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 사장이 이끄는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회사로,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각각 2030억원, 409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신년사에서도 "세계 최고 조선업체의 명성을 되찾아 국민에게 보답하자. 조금만 더 힘낸다는 각오로 힘차게 새해를 맞자"고 말하는 등 결의를 다졌던 정 사장이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원인으로는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거론된다.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궁극적으로 '빅2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그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산은이 정 사장을 배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수합병이 최대주주의 권한이지만 회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가 논의과정에서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산은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는 후임 사장을 물색하고 있으나, 임시직이 될 것이 뻔한 자리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의 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및 유럽·일본·중국 등 경쟁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합병 후에는 현대중공업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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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LNG선(위쪽)·현대상선 컨테이너선/사진=각 사 |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등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무기로 재도약을 준비하던 현대상선의 유 사장이 사의를 표한 것도 산은의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대상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현대상선의 경우에는 혁신 마인드가 상당히 결여됐다"면서 "성과가 낮은 임직원 즉시퇴출 등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지난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이는 현대상선이 과거에 체결한 용선 계약과 머스크라인과 MSC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제 살 깎아먹기' 수준으로 운임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벌인데 따른 것으로, 유 사장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해 현대상선의 영업손실은 세계 경기 하강 우려 속에서도 전년 대비 41.3% 개선됐으며,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0%포인트 가량 축소됐다. 컨테이너 운송량도 유 사장 재임기간 동안 처리 물동량 확대(연간 300만TEU→450만TEU) 및 부산 신항 4부두 재확보 등의 성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혁신 마인드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적절했냐는 지적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두 사장은 회사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친정으로 돌아와 건져낸 구원투수로 불린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대우정보시스템 회장을 지낸 후 2013년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업황 침체가 극심하던 2015년 5월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했다. 유 사장도 현대상선 부회장에서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2016년 9월 현대상선으로 돌아왔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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