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특정직업군 근로자가 몇살까지 일할 수 있는지 그 한도를 부르는 용어) 기준을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선고하면서 30년만의 상향 조정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향후 연금·보험·취업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자동차보험 약관이 개정되고 보험료가 소폭 인상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늘어늘 것으로 보인다.
가동연한은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보험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들은 이번 선고를 계기로 사회적합의 없이 정년 연장이 현실화되면 인건비 폭탄을 맞아 청년고용 자체가 완전히 위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사회보험 총 비용 11조 6947억원 중 기업이 부담한 사회보험 비용이 49조 9578억원(45%)에 달한다.
재계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선고로 정확히 추정하기 힘들지만 늘어날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감안하면 신규채용을 줄이지 않고서 고용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임금체계를 그대로 하되 정년만 늘어난다면 총고용은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기업 현장에서는 연공서열 호봉제를 개선하고 임금피크제도를 확대하지 않고는 (정년 연장) 현실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라며 "고령화가 현실로 닥치더라도 생산성 향상될 청년이 아닌 정년에 가까운 근로자들에게 고임금을 계속 지출하면 일자리는 더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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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월21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특정직업군 근로자가 몇살까지 일할 수 있는지 그 한도를 부르는 용어) 기준을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선고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
또다른 관계자는 "사고로 죽거나 다쳐서 받는 손해배상액이 커지고 한노총과 민노총 등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기업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실제 일할 수 있는 건강기대수명이 오히려 줄었는데 각종 보험료가 올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2013년 개정된 현행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사회적논의가 이루어져 법정 정년 자체가 결국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6년 뒤인 2025년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이 인구 20%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노인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 판례상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둘러싼 법원 판단이 직종별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다른 직업군의 가동연한에 대한 논의 또한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가동연한과 관련해 목사·승려·변호사·법무사는 70세, 의사·한의사·소설가·화가는 65세, 농업종사자는 63세, 개인택시운전사과 같은 육체노동 대부분 업종과 식품소매업자·의복제조업자 등은 60세를 정년으로 삼아왔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법원 선고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제도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아 연금 수령 나이가 늦춰질 수도 있다.
현 정권이 아니더라도 향후 정부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기금 소진을 늦추기 위해 미래 수급연령을 상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많은 선진국들이 이러한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향후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정년 연장 문제와 함께 노인일자리 확대 및 복지사업 적정연령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회적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