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강경 우파를 "우경화 과격분자"로 규정한 언론 주류 매체의 실종
   
▲ 조우석 언론인
지난주 신문 중 쇼크는 조선일보 지면이었다. 동아와 함께 내년 창간 100년을 맞는 신문, 자칭 타칭 1등 신문의 커밍아웃이 확연했기 때문인데, 이 신문이 중앙일보처럼 어정쩡한 중도 성향의 매체로 바뀐 걸까? 이 나라에 자유우파를 대변하는 정통 매체는 정말 사라졌나?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는데, 눈에 띄는 건 태극기 세력에 대한 조선일보의 노골적인 모독이다. 아무도 이걸 문제 삼지도 않는 점도 실로 안타까운데, 시작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보도를 하면서 심하게 균형을 잃은 것이다. 문제의 초점은 2월20일자 8면이다. "'전대(全大), 과격분자 놀이터 전락' 한국당의 탄식"이 그것인데, 놀랍다. 제호만 가리면 딱 한겨레다.

"저 딴 게 무슨 대통령…"이라고 발언한 최고위원 출마자 김준교의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지만, 합동연설회 분위기를 태극기 세력이 주도한 걸 맹비난한 것이다. 장내 질서를 어지럽힌 걸 비판할 순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우경화 논란에 휩싸였다는 식으로 몰고 간 건 명백한 잘못이다. 

   
▲ 조선일보 2월20일자 8면 캡처

문제의 2월 20일자 조선일보 기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헌법 조문에 명문화한 이 나라에서 이념적 타락인 좌경화를 비판할 순 있어도 우경화가 문제가 된다는 식의 비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게 뭘 말해줄까? 조선일보조차 운동권 프레임에 갇혔다는 뜻이다. 그날 신문은 결정적으로 한국당이 극우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진단까지 곁들이고 있어 다시 충격이다.

명백한 헛소리가 분명하며, 그건 조선일보가 할 수 있는 표현이 결코 아니다. 물론 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이었지만 내 눈에 그건 명백한 조선일보의 커밍아웃이었다. 그 신문은 오래 전부터 태극기 세력과 거리를 둔 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세력에 가담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은 그 연장선에서 태극기 세력을 포함한 한국당 내 강경 우파를 우경화를 촉발한 과격분자로 몰아가고, 그런 한국당을 극우 정당으로 딱지를 붙이는 짓도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론 이런 상황이 다반사일 것이다. 우파 시민사회는 걸핏하면 좌파로부터 정말 부당한 극우 소리를 들어왔는데, 이젠 조선일보가 극우 타령에 가세한 꼴이다. 

그 점에서 20일자 8면 기사는 실로 문제적이며 냉정한 비판을 받아야 옳다. 여기서 한 번 묻자. 혹시 그건 단발성은 아니었을까? 아니다. 그 날짜 사설 '국민 혀 차게 만드는 한국당 전당대회'을 비롯해 이후 주말까지 계속된 논조가 조선일보의 배신을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국민 혀 차게 만드는 한국당 전당대회' 사설의 경우도 극우란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태극기 세력을 "극성세력" 혹은 "과격한 소수"로 표현했으니 그 역시 명백한 애국 세력에 대한 모독이다. "TV에 이 모습이 집중적으로 방영되어 야당에 대한 혐오 또한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도 심하게 균형을 잃었다. 

그 장면에 공감하고 한국당이 살아난다는 희망을 본 시청자는 외려 더 많았을텐데 조선일보가 이렇게 편파적이다. 뿐인가? 이틀 뒤인 2월22일 자 사설('민생 파탄 내고 정권 재창출 천명(天命), 민주당 시대 100년이라니')는 태극기 세력을 "일부 극렬 세력"이라고 다시 공격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틀 전 문제의 사설이 우연이거나 실수가 아님을 새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동 전후의 조선일보 지면의 장난을 우린 잘 안다. 탄핵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었는데, 그건 조선일보가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줬다. 주필 송희영 사건도 그 맥락이다. 단 그건 조선일보가 휘청거렸을 뿐 자유우파의 깃발마저 내렸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 조선일보 2월 20일자 캡처

윤평중이 대신해주는 조선일보 속내

그랬더니 드디어 올해 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자유우파의 깃발을 내린 게 맞다. 사실 지난 한 달 광주 5·18 문제엔 모두 한통속인 조중동 지면을 우린 새삼 보아왔다. 정말 안 그럴 것 같았던 조선일보조차 광주 5·18의 진실 규명에 등 돌렸는데, 대표적 지면이 2월 12일 3면이다.

대체 이게 말이 되는 것일까? "한국당의 악수(惡手), 청와대는 야(野) 추천 위원 거부… 불붙는 5·18 정국"이라는 큰 제목은 무얼 말하느냐?  5.18공청회를 열었던 한국당이 잘못했다는 가치판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그 기사에서 "천인공노할 망언"이라는 민주당 대표 이해찬의 말을 앞세우고 있고, 한국당은 "우왕좌왕"한다고 조롱했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또 한 번 결정적 배신은 2월 15일자 오피니언 지면이다. 한신대 교수 윤평중이 쓴 "5.18 왜곡 발언, 역사를 배반하다"는 칼럼을 보라. "한국당 3인의 5.18 발언은 시민적 양식을 향한 모욕"이라고 되어 있다.  조선일보가 차마 못할 얘기를 그를 시켜 대신 떠드는 꼴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윤평중이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면서 촛불을 노골적으로 찬양했다. 촛불은 "국민이 주체이고 국가가 객체임을 선포한 경이로운 평화축제"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찬란한 공화정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는 3류 선동으로 그 글은 마무리됐다. 그게 조선일보 2016년 12월12일자 끔찍한 지면이었다. 

하나만 묻자. 촛불이 과연 평화의 축제였는가? 공화정의 새벽이 밝아온 결과가 지금 우린 과연 어떻게 됐는가?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 지금은 책임 있는 주류 매체가 사라진 상황이고, 그건 작금의 국가위기를 재확인해준다고…. 정말 두렵다. 조선일보가 극우 타령하는 이 미친 세상이….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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