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나이가 53세나 차이 나는 연상연하의 커플 연기.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게 된다.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와 남주혁이 실감나는 커플 연기(?)를 펼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한지민 분)는 아버지(안내상)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를 구한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20대였던 김혜자는 70대 김혜자(김혜자 분)로 나이가 확 들었다.

이후 김혜자는 막 썸을 타기 시작했던 이준하(남주혁 분)와 70대-20대의 썸을 이어간다. 물론 김혜자 혼자 하는 일방적인 썸이다. 이준하는 늙어버린 김혜자를 자신이 알고 있던 김혜자의 이모할머니라고만 알고 있으며 자기 곁에서 계속 맴도는 김혜자가 귀찮고 성가실 뿐이다.

25일 방송된 '눈이 부시게' 5회에서는 김혜자와 이준하의 썸(?)이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노인홍보관을 찾았던 김혜자는 기자가 아니라 홍보관 직원이 돼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이준하를 보고 깜짝 놀랐다. 

   
▲ 사진=JTBC '눈이 부시게' 방송 캡처


김혜자는 반짝이 의상을 차려입고 노래를 부르며 노인들의 흥을 돋우고 있는 이준하를 보고 "네가 왜 여기 있어. 면접만 봐도 기자가 됐을 텐데"라며 혼잣말을 했다. 김혜자가 이날 한 대사들을 한지민이 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남친 걱정을 하는 썸녀의 마음 그대로다.

집에 돌아온 김혜자는 친구들에게 "오늘 이준하를 봤다. 홍보관에서 약 팔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남친이 자기 몰래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된 썸녀의 걱정 그대로다.

다시 찾은 홍보관에서 김혜자는 이준하가 딱한 사정의 샤넬 할머니(정영숙 분)에게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물건을 보내주겠다며 사기를 치는 행각을 목격했다. 김혜자는 이준하에게 "천직이네. 거짓말까지 잘하는지 몰랐다"고 몰아붙였고, 이준하는 "샤넬 할머니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저는 돈 받아서 좋고, 할머니는 아들한테 보내서 좋고 다 같이 좋자는 거다"라고 거칠게 반박했다. 

김혜자는 "그만해라 이런 거. 내가 다 말할 거다. 여기 못 다니게 하겠다"고 화를 냈고, 이준하는 "앞으로 할머니나 이런 데 오지 마라. 이제 아셨으니까 다시는 오지 마라"라고 맞받았다. 사랑하는 남친이 실망스러운 일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자신의 치부를 들킨 남친이 더 강하게 나오며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장면이었다.

김혜자와 이준하는 단골 술집에서 다시 마주쳤다. 김혜자는 "혜자(한지민)가 보고 싶대. 네 덕분에 정말 즐거웠대. 혜자도 떠나기 싫어했다"고 얘기했다. 바로 자신의 마음 속 얘기였다.

이에 이준하는 "독일에 있는(김혜자가 조카 손녀 한지민이 독일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혜자에게 전해달라. 한국에 오든 독일에 있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전해달라. 할머니도 저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매몰차게 말했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여친에게 실망하고 화가 난 이준하 자신의 마음 속 얘기였다.

김혜자와 남주혁은 이렇게 50여 년 나이차가 무색하게 자연스러운 커플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김혜자 1941년생, 남주혁 1994년생, 실제 나이 차가 53세다)

둘의 연기 합이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김혜자의 경지에 이른 연기 내공 덕분이다. 70대의 몸으로 20대의 새침한 감성을 담아 몸짓과 대사를 하는 김혜자는 외모만 다른 한지민이었다.

대선배 배우와 합을 맞추는 남주혁의 연기도 놀라웠다. 자연스럽게 대사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케미스트리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김혜자와 남주혁의 열연이 빛나는 가운데 이날 5회 시청률은 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또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음 회 예고편에서 김혜자는 남주혁의 인생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다시 한지민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나왔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커플의 앞날,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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