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10년 좌파온상 문화부와 산하단체 개혁 적임자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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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교수 |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수많은 잡음만 남기고 중도 사퇴하더니, 곧바로 현 유진룡 장관도 면직됐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세월호 참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부서도 아니고 나름 일도 잘해왔다는 평을 받아온 그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비판은 후임 장관후보자가 지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부랴부랴 사퇴시켰는가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한 불만이 아닌가 싶다.
필자의 생각은 무엇보다 그가 문화부(1990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여러 차례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냥 문화부라고 하자) 관료로서 살아온 나름 전문행정관료이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많은 문화에 대한 애착도 강했던 것 같다. 노태우정부시절 처음 문화부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문화정책의 중요성이나 철학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군사정부가 아닌 이른바 ‘보통사람들의 민간정부’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훨씬 강했다.
문화부 초대 장관으로 국문학자이고 문학가인 이어령 교수를 임명했고, 한때는 군장성 출신인 이진삼씨도 문화체육청소년장관을 지낸 적이 있다. 솔직히 이런 상태에서 문화부가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무슨 특별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아니 할 수가 없었고 할 필요도 없었다. 솔직히 문화인사에게 장관자리 하나 주거나 오도 갈데없는 권력 측근 정치인들의 자리 채우기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관광부는 180도 변신하게 된다. 대통령 최측근인 박지원씨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문화관광부는 권력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다. 더구나 2000년 독립민간기구 형태인 방송위원회를 설립해 놓고, 사실상 문화부가 뒤에서 방송정책에 깊이 개입했기 때문에 그 권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문화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40~50여개의 산하기관 혹은 단체들을 거느리고, 이들에게 문화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예산을 풀어주는 수혜기관이라는 점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각종 사회문화단체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곧바로 정치적 지지세력을 확보해주는 막중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문화정책은 문화정치로 변질되게 된다. 문화부장관은 대통령의 정치적 측근 아니면 선거캠프 핵심인물의 몫이 되어 버렸다. 노무현정부에는 영화감독 이창동, 배우 김명곤 같은 정치적 동지 아니면 측근 정치실세들의 몫이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보수정파인 이명박 정부 초기에 유인촌 장관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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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은 소신있는 전문문화행정관료였다. 지난 김대중-노무현정부 좌파10년간 문화부와 산하단체들은 좌파의 온상이 됐다. 유전 장관은 정치화한 문화부와 산하단체에서 좌파색채를 걷어낼 적임자였다. 박근혜대통령이 유진룡 장관을 후임 장관이 지명되기전에 면직시켰다. 문화부의 정상화 측면에서 아쉽다. |
정치적 장관의 임명은 곧 문화부 내는 물론이고 산하기관 및 각종 문화예술단체에까지 모두 정치화시켜버렸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신설된 1, 2급 장관특보는 장관 혹은 정치권력과 가까운 정치인들의 몫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각종 문화단체장 선출 때마다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은 진보정권 10년동안 철저히 진보진영의 아성으로 구축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이 단체들의 인사파행 및 갈등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정치진지화시켜 놓은 문화단체들의 이념적 뿌리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유진룡씨를 문화체육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당시 친노 실세 양모 청와대 비서관과 갈등끝에 ‘배째라’ 라는 소신발언을 끝으로 차관직에서 물러난 용맹성 때문이 아니라 문화부에서 커온 전문행정관료라는 사실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사파행으로 곤경에 처했던 분위기 속에서도 무난하게 장관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거의 무능, 낙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잘 받아쓰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현재의 적자생존('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본래 의미가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변질됨) 내각’에서 제대로 역할을 한 장관으로 인정받았던 것 같다. 물론 면직되고 나서 나오는 말이지만, 박근혜대통령에게 직언과 고언을 하고 내각일괄사퇴 등을 주장했다고도 한다.
지금 같은 박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문화장관 자리에 대한 정치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후임 장관은 또 다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신임하는 인사 아니면 그냥 명사 중에 한 분 정도가 선출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창조경제니 뭐니 해서 오랫동안 문화부가 해왔던 문화산업및 문화콘텐츠 업무의 상당부분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간 상태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유명무실해 지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다시 문화정치화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유진룡장관의 퇴출은 정말 아쉬운 것이다.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