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힘입어 비우량등급 회사채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총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등급 제한 없이 투자하고, 동시에 30% 이상을 BBB+이하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 주식에 투자한다. 또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 등 공모주식에 1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2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77개의 지난 18일 기준 총 설정액은 6096원으로 지난 4월 처음 출시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나자 이 펀드에 편입되는 BBB등급 비우량 채권의 매수기반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쌍용양회공업(BBB0)의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한 데에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참여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쌍용양회공업은 지난 4월 실시한 수요예측 과정에서 7.55%의 고금리에도 회사채를 전혀 발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일에는 '하이일드펀드발 수요'로 개별 민평금리(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쌍용양회공업의 회사채 금리 평균)보다 2%포인트 이상 낮은 5.85%로 발행금리가 결정됐다.

그동안 BBB등급 채권이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 같은 수요 증가는 움츠렸던 BBB급 회사채의 발행의 증가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양증권 유태인 연구원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BBB급 회사채 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절대금리를 확보해야 하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재무구조가 비교적 양호한 BBB급 회사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BBB등급 회사채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증가하게 되면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올해 BBB등급의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총 1조2000억원으로 건설∙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을 제외하면 3475억원에 달한다. BB등급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하이일드 펀드에 편입할 수 있는 비우량채권은 일반적으로 BBB등급에 한정된다.

올해 연말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설정액이 1조~2조원까지 증가했다고 가정했을 때, 하이일드펀드는 설정액의 30% 이상을 비우량채권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000억~6000억원의 비우량채권 매수 여력이 있다.

하지만 BBB급 회사채에 대한 신용위험 우려가 남아있고, BBB등급 안에서도 투자할만한 채권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비우량 등급내에서도 선별적인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KDB대우증권 전연홍 연구원은 "이미 하이일드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할만한 BBB등급 채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발행될 회사채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하이일드펀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비우량채 편입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