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철강업계에게 후판값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7일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180만CGT로, 역대 최저치를 지록한 2016년 이후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6년간 평균 발주량인 3725만CGT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등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협회는 "수년간 이어진 시장침체와 발주량 급감으로 조선업계가 인력·설비 등의 산업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2014년 20만명에 달했던 고용인력이 지난해 말 10만명 내외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건조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한 770만CGT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주량 증가에도 국내조선업계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약 50% 급감한 212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올해도 24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같은 상황 속에서 조선용 후판이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5반기동안 톤당 약30만원 오르는 등 국내 후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조선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최근 톤당 80달러대 후반까지 일시적으로 급등한 철광석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지난해에도 조선 시황 회복과 실적 정상화를 이유로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
|
|
▲ 선박 아랫면 제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철판)./사진=동국제강 |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철강사는 매출 41조1000억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달성한 반면 현대·대우·삼성 등 조선 3사는 매출 16조200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에 머물렀으며, 특히 현대와 삼성은 큰 폭의 적자를 낸 바 있다.
협회는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철강 수요 감소 및 감산 완화 정책 등으로 철강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중국 후판가 하락이 중국조선소 경쟁력을 강화시켜 국내 조선업계 원가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철강사 역시 대외 통상문제 및 자동차·조선 등 주요 국내 수요산업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적자 품목이었던 후판 제품은 5반기 연속된 가격 인상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협회는 올해 조선 3사 후판 소요량은 510만톤 내외로 예상되며 톤당 5만원 인상이 추가로 단행되면 조선업계는 2550억원의 원가 부담을 지게 되고, 선박 수주에서 건조까지 1년 이상의 시차로 인해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 상승시 그만큼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산업은 오랫동안 상생을 기반으로 동반 성장한 국가 주력산업이지만 조선산업은 최근의 시황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회생 의지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조선업계가 재도약을 준비하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가스연료추진선박에 사용되는 고망간강과 극지역 선박·해양플랜트 제품에 사용되는 특수강 등 고부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상생의 지혜와 협력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