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세’ 민주당, 비례성 높이는 案 제시
‘상승세’ 한국당 “제1야당 말살 시도…저지할 것”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선거제 개편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 각자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애초엔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게 주목 포인트다.

선거제 개편은 줄곧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야3당에게 국한된 이슈였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국회 내에 보다 다양한 민의를 함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이 같은 입장 이면에는 현행 선거제 하에서 차기 총선 이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즉, 비례대표를 통해서라도 의석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지난 8일 현행 300석 의석을 유지하는 조건에서 지역구를 축소(253석→225석)하고, 비례대표를 확대(47석→75석)하는 안(案)을 내놨다. 의석수를 330석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야3당의 주장에는 못 미치지만, 비례성을 높인다는 원칙은 일부 수용한 타협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결국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율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당과 맥을 같이해왔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도 자칫 이 추세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목표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11일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하며 37.2%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정황에 이은 북미관계 악화 가능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세먼지 등 민생과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대로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부하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내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의원으로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이나 야3당이 주장하는 비례성을 높이는 방식의 선거제 개편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역시 상승세에 있는 한국당의 지지율과 연관성을 따져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닥을 치던 지지율이 최근 최고치를 경신하는 마당에 굳이 비례성을 높여 의석을 빼앗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당은 전주 대비 1.6%p 상승한 3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따라서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을 두고 먼저 양보하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제1야당을 말살하는 시도”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 여론조사는 지난 4~8일 전국 성인남녀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7%(3만7425명에게 통화 시도),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