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공조 체제를 꾸렸지만, 막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균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감과 동시에 패스트트랙 지정을 대비한 ‘플랜 B’ 마련에 나섰다.
한국당은 15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규탄대회’를 벌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는 비상 대기령까지 내렸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은 의회 민주주의의 종언’이라는 의미에서 전원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의총에 참석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의총이 진행되기에 앞서 ‘좌파독재 저지 선거법은 날치기’ ‘경제파탄 외면 선거법은 날치기’ ‘사법부 무력화 공수처 반대’ 등 손피켓을 들고 ‘좌파독재 선거법 날치기 강력 규탄’ ‘국민무시 선거법 날치기 즉각 중단’ ‘무소불위 공수처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여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본인들이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들어 모든 권력기관을 공수처로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수처법을 처리하고, 선거제가 (통과)되면 2중대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바른미래당의 공조 이탈을 호소했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심야 의총을 열고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으나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계 좌장 격인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에 불참했다.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것은 여당의 공수처법에 들러리 서겠다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내 양식 있는 의원들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패스트트랙에 참여하지 말라고 박수를 보내자”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의 접촉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원내대표와 접촉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대화와 압박의 수단을 모두 쓰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압박 수단에 대해서는 “전략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옳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바른미래당의 내부 이견 등으로 인해 여야 4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 국회 제출 법정시한인 이날까지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평화당마저 호남 지역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야 4당이 정한 협상 시한(15일)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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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공수처 반대 등 현안 관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