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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다양한 판매촉진 활동을 통해 기관의 이름이나 명성을 관리한다. 타인의 의견, 비평가의 평가, 경험, 촉진 활동에 따라 형성되는 기관이나 단체의 명성과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촉진(Promotion)이란 소비자에게 어떤 문화예술작품이나 문화예술기관 브랜드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실행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하나다. 문화예술 소비자에게 문화예술작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 모두가 촉진 활동인 셈이다.
촉진 활동은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라는 거대한 생태계로 존재하는 문화예술 산업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문화예술작품의 공연이나 전시를 이어주는 연결 통로의 기능을 한다. 공연이나 전시에 관련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어떤 문화예술작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티켓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도 촉진 활동의 목적이다. 나아가 어떤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고,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 인식으로 바꾸는 데도 촉진 활동이 힘을 발휘한다.
촉진 전략은 필요에 따라 푸시 전략이나 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푸시(push) 전략은 문화예술기관이 대행사에게 맡겨 밀어내기 식으로 티켓 판매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그에 비해 풀(pull) 전략에서는 티켓 판매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촉진 활동을 직접 수행해서 티켓을 판매하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촉진 활동에는 직접우편(DM), 이메일(e-mail), 소셜미디어(SNS), 스폰서십(sponsorship),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같은 다양한 수단이 활용되고 있다. 촉진 활동의 결과가 좋으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촉진 수단을 폭넓게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촉진 메시지를 간명하게 결정하고 세련된 디자인 작업을 거쳐 완성하는 창작 솜씨는 더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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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한글박물관의 '독립운동의 힘, 한글'전 포스터 (2019).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
국립한글박물관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한 <독립운동의 힘, 한글>전(2019. 2-6월)의 포스터를 보자. 가로로 쓴 전시회의 제목 아래에 세로로 내려쓴 "한글이 목숨"이라는 핵심 메시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글학자 최현배(崔鉉培, 1894-1970) 선생이 1930년대에 어떤 음식점의 방명록에 남긴 "한글이 목숨"이라는 필체를 그대로 가져다썼다. 아무리 유려한 서체를 가져와도, 일제강점기에 한글이 독립운동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는 뜻을 이보다 더 강하게 전달하기는 어려울 터. 전시회의 핵심 메시지를 간명하게 결정하고 세련된 솜씨로 완성한 디자인의 힘이 돋보인다.
문화예술작품의 촉진 활동에서는 인적 판매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문화예술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작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기 이전과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현장에서 동시에 촉진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 또는 문화예술작품의 촉진 활동을 하려면 다양한 미디어나 접촉 수단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작품의 촉진 활동에서 중요한 5가지는 인적판매, 광고, PR(홍보), 판매촉진(SP), 입소문이다.
인적 판매란 티켓 판매원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 접촉을 해서 문화예술작품을 감상하도록 권유하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광고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문화예술 소비자를 설득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해 문화예술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유료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광고가 유료라면 PR(홍보)은 무료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들은 예산이 부족해 광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PR을 활용해 촉진 활동을 전개한다. 이때도 공연이나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간명하게 전달하는 카피 파워가 중요하다. 판매촉진(Sales Promotion)은 소비자에게 쿠폰과 프리미엄 할인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티켓 구입을 권고하는 수단이다. 티켓의 구매를 결정하는데 영향력이 가장 높다는 입소문은 모든 판매촉진 활동을 합했을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1904년,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이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마농 레스코>, <라 보엠>, <토스카>를 연이어 성공시킨 푸치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후속 작품이었지만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초연 당시에는 2막 1장과 2장 사이에 구분이 없어 관객들이 너무 긴 2막을 지루해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 알 수 없던 홍보 메시지도 공연의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 아돌포 호헨스타인(Adolfo Hohenstein)이 디자인했던 홍보 포스터에는 그림만 있고 공연을 설명하는 핵심 카피가 빠져 있었다. 푸치니는 주변의 권고를 받아들여 2막의 길이도 줄이고 둘로 나눴으며, 포스터에도 공연 내용을 알리는 카피를 넣었다. 그 후 같은 해에 브레시아에서 <나비부인>을 재초연해 박수갈채를 받은 결과 지금의 <나비부인>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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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연 포스터(1904).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
촉진 활동의 장점은 티켓 판매율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고, 일찍 예약하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인지도를 조기에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 또는 일반 기업과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도 촉진 활동의 장점이다.
장점에 비해 촉진 활동의 단점도 있다. 대부분의 촉진 활동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촉진 활동은 가격 인하를 지향하는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 따라서 촉진 활동을 너무 자주 하면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브랜드 자산을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공연이나 전시의 촉진 활동을 하면서 문화예술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실제의 공연이나 전시 현장에서 문화예술작품이 공감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다음 공연이나 전시에서는 소비자들이 다른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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