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중심의 관광에서 농촌서 힐링하기 위한 좋은 숙박시설, 친환경 농산물로 아침 식사
어메니티 및 지능화된 호텔 설계 부족 등 보완 필요
   
▲ 전북 고창 상하농원에 오픈한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파머스빌리지에는 일반 호텔에는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호텔을 지을 때 벽지, 석고보드,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2일 전북 고창 상하농원 내 파머스빌리지에서 만난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일반 호텔들은 오픈한 이후 약 6개월간 새집 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무료 투숙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파머스빌리지를 오픈할 때는 그런 걸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관계사인 전북 고창의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은 지난해 7월 팜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호텔 '파머스빌리지'를 개관했다. 평일에는 객실점유율이 좀 떨어지지만 주말은 거의 만실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상하농원은 파머스빌리지를 만들기 위해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총 객실이 41개인 점을 고려하면 1객실당 약 5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일반 호텔이 객실 1개당 2억원 정도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투자비다.

파머스빌리지는 현재 관광진흥법이 아닌 공중위생법 적용을 받는 일반숙박업으로 등록돼 있다.

   
▲ 파머스빌리지의 스위트룸 거실 내부./사진=미디어펜

상하농원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 오픈...총 250억원 투자, 친환경 건축 

그럼에도 이 시설을 짓는데 들어간 투자금은 여느 특급 호텔보다 높았다. 파머스빌리지는 친환경 시설을 만들기 위해 편백나무, 오동나무, 참나무 등을 객실에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파머스빌리지에 가장 많이 사용된 건축자재는 나무로 보였다. 그만큼 친환경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문을 열고 객실에 들어가니 짙은 나무 냄새가 풍겨 왔다. 호텔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향제처럼 향기롭지 않아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공 방향제는 향기는 좋을지 모르나 몸에는 해로울 수 있다. 파머스빌리지 객실에서 나는 향은 나무에서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천연향이기 때문에 건강에 더 이로울 거 같다.

천장도 매우 높아 개방감을 좋고 패밀리룸 등의 경우는 복층으로 되어 있어 가족들이 객실 내에서 자유롭게 지내기에도 좋았다. 난방 방식도 지열을 사용하고 있어 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보다 좋아 보였다.

게다가 이 호텔은 다른 호텔들과 달리 대부분 창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창문도 소음과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2중 차단 방식을 택하지 않고 1중으로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좀 더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창문을 열기 힘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을 대비해 공기청정기도 약 20여 대 준비한 점도 좋았다. 서울 특급 호텔들이 몇백 객실을 운영하며 공기청정기를 10여 대밖에 준비해놓지 않거나 아예 공기청정기가 없는 호텔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이 호텔에서는 일반 호텔에서 제공하는 칫솔, 면도기, 면봉 등 욕실 어메니티가 없다.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관계자 측은 전했다. 

하지만 칫솔과 면도기 등은 필요한 고객의 경우 유료라도 구매할 수 있겠지만, 면봉 정도는 갖춰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한다. 침대 매트리스는 시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 파머스빌리지 객실 내부에서 보이는 농촌 전망./사진=미디어펜
객실은 '자연과 더 가깝게' 설계...모든 투숙객, 상하농원 식자재 사용한 '조식 무료'

이 호텔은 객실은 41개밖에 되지 않으나 객실 타입은 테라스룸, 온돌룸, 패밀리룸, 스위트룸이 있으며 최대 24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단체룸도 만들어놨다. 대부분의 룸 들은 가족과 공동체 등을 위한 숙박시설로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가격도 패밀리룸의 경우 최대 4인까지 투숙할 수 있고 주중 기준 24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비즈니스호텔보다 합리적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파머스빌리지 전 투숙객들은 조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조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는 상하농원에서 재배되거나 고창 인근에 생산되는 친환경 중심이다. 유명 셰프가 만드는 요리는 아니지만 신선한 농산물로 소박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비록 이 호텔에는 일반 호텔에 있는 피트니스나 수영장 등의 시설은 없지만 3만 평에 달하는 상하농원이 바로 앞에 있어 언제나 자연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건강한 농촌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다와 산 중심으로 관광지가 형성되고 숙박시설도 바다와 산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파머스빌리지는 친환경 농촌에 생겨난 숙박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피니티풀도 없고 럭셔리한 시설은 없지만 친환경 시설에서 산책하고 농촌을 체험하고 여유롭게 휴식하며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하농원은 향후 스파와 수영장 시설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시설들이 생겨나면 농촌을 체험하는 것과 동시에 물놀이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파머스빌리지의 단체룸./사진=미디어펜

호텔의 기본적인 요소 없어 아쉬워...어메니티 등 높아진 고객 눈높이 반영은 숙제

다만 파머스빌리지에서 아쉬웠던 점은 일반 호텔에 흔히 있는 '방해하지 마세요(Do not disturb)', '방 청소 부탁해요(Make up room)'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호텔 관련 교육에 있어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세계 어느 호텔을 가더라도 이런 장치는 있다.

또 객실 디자인을 하면서 청소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객실에 너무나 많은 선반과 틈, 돌출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곳에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기 쉽다. 침대 밑에 틈을 둔 것도 큰 오류로 보였다. 호텔 투숙객들은 먼지와 청소에 매우 민감하다.  

결국, 청소 담당자가 매우 힘든 객실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 욕실 어메니티를 없애는 것에는 이견은 없으나 면봉과 가운 정도는 비치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신축 건물임에도 USB를 꽂을 수 있는 장치나 스피커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책상 근처에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는 전선 플러그가 충분하지 않거나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무엇보다 책상 의자가 매우 불편했다.

어메니티는 유료로 판매하기보다 요청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더 나아 보인다. 샴푸와 바디워시 등도 사우나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자체 개발하거나 질을 높이는 게 좋을 것 같다. 홈페이지에서 파머스빌리지 연락처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가족 고객들이 많이 투숙하는 패밀리룸은 주로 3층에 있는데, 2층에 있으면 층간 소음이 들리는 점도 단점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