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강인(18·발렌시아)이 콜롬비아전에서는 A매치 데뷔를 할 수 있을까. '형들' 하기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22일 볼리비아전에서 이청용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한국은 깔끔한 연승으로 이번 3월 A매치 2연전을 마무리짓고 싶어 한다.

축구팬들은 FIFA 랭킹 60위 볼리비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한 골밖에 못 넣은 한국(38위)이 랭킹 12위 콜롬비아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 관심이 높다. 한국은 콜롬비아와 역대 전적에서는 3승2무1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대표팀 감독이 콜롬비아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고전이 예상되기도 한다. 케이로스 감독이 약 8년간 이란 대표팀을 이끌 때 한국은 1무 4패로 한 번도 이란을 이겨보지 못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또 하나 축구팬들이 콜롬비아전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이강인의 출전 여부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번에 처음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볼리비아전에서는 교체 멤버에 이름을 올리고도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A매치 데뷔가 불발됐다.

'한국축구의 미래'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강인을 벤투 감독이 기껏 불러놓고 경기 투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팬들의 불만이 높다. 평가전에서 기용해 기량 확인을 하지 않는다면 정작 앞으로 치르게 될 월드컵 예선 등 주요 경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강인이 콜롬비아전을 자신의 A매치 데뷔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은 이강인 기용 문제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기 하루 전인 2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어리든, 나이가 있든 내일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선수들 출전 시간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정해놓은 건 없다. 내일 경기가 전술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선수 교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강인 무조건 투입'은 없다는 말이다.

결국 이강인이 데뷔 기회를 얻으려면 대표팀 '형들'이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아무리 평가전이라지만 벤투 감독의 그동안 성향으로 볼 때 팽팽한 경기에 이강인 등 젊은 선수들을 실험해보기 위해 투입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이 먼저 골을 넣고 리드를 잡거나 해서 경기 상황에 여유가 있어야 폭넓게 선수들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볼리비아전도 그랬다. 한국은 일방적 공격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후반 40분이 되도록 0-0으로 맞섰다. 당시 이강인은 벤치 대기하고 있었으나 6명까지 가능한 선수교체에도 벤투 감독은 4명의 교체 카드만 쓰며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시안컵 8강 탈락 이후 첫 대표팀 경기여서인지 벤투 감독은 꼭 이기고 싶어했고, 황의조 이승우 이청용 등 골을 넣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잇따라 교체 투입했다. 한국이 후반 41분에야 이청용의 골로 리드를 잡았으니, 이강인에게는 출전 기회가 돌아갈 시간이 없었던 셈이다.

최근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출장을 거의 못하고 있는 이강인이 대표팀에 소집되고서도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복귀한다면 자신감이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강인으로서는 '형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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