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변탁 생명수한의원장

오래도록 농부들을 힘들게 했던 가뭄도 늦장마의 단비와 함께 어느 정도 급한 불을 끈 것 같다. 이젠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함께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는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이어질터. 이 여름날엔 농사일이든, 건축공사장이든, 휴가지이든 불볓더위로 인해 우리가 소위 ‘더위 먹는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각종 열손상 질환들이 뉴스란을 오르내린다.

몇 달전 돌아가신 아내의 묘소를 다녀오던 할아버지가 뜨거운 햇살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 뙤약볕에서 고추를 따던 농부가 탈진한 사건, 육군 훈련소에서 땀을 많이 흘리던 훈련병이 열사병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뉴스 등등...

더위관련 질병 가운데 가장 경미한 것으로 ‘열경련’이 있다. 이것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전해질 평형이 깨어지면서 근육에 경련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장시간의 마라톤, 조깅이나 노동을 할 때 흔히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염분을 알맞게 섭취한 후 그늘에서 쉬면 대부분 나아진다.

다음으로 땀을 너무 흘린 후 체액이 부족해져 전신쇠약, 오심, 두통을 수반하는 현기증과 함께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일사병’이 있다. 이때는 우선 시원한 데서 이온음료나 물을 마시고 쉬면 대부분 좋아지나, 의식혼란, 체온상승이 급박해지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는 ‘열사병’은 비닐하우스나 쪽방, 차량과 같이 환기가 안되는 밀폐된 환경속에서 격렬한 육체활동을 하여 과도한 열을 받아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소실, 피부의 홍색변성을 동반하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더위병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너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지나친 노동이나 운동을 피해야 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심장의 화기(火氣)가 왕성한데 비해 신장의 수기(水氣)가 약해지므로 부득이 일해야 할 경우 휴대용 물통을 소지해서 물을 자주 마시고, 뜨거운 차나 커피, 술은 자제하도록 한다.

혹시 환자가 발생하면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압박부위를 풀어준 후 찬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어 체온을 39도 이하로 내려야 한다. 똑바로 눕힌 상태에서 다리를 올려준 후 전신마사지를 해주고 소금물, 이온음료를 섭취토록 한다.

더위에 상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도 몸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한약재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방이온음료라고 알려진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생맥산은 전통시대때부터 ‘맥을 소생시켜 주는 약’으로 이름지워져 있으며, 인삼, 맥문동, 오미자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된 약재로서, 인삼은 원기를 보충하고 진액을 늘려주고, 맥문동은 폐의 음기를 북돋워주며, 오미자도 땀을 줄이고 피로회복을 도와준다. 아울러 더위먹은 증상에 따라 익원산, 옥로산, 황련향유산, 청서익기탕 육화탕 같은 한약을 전문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 투약받을 수도 있다.

체질적으로 볼 때 활동적이고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들은 팥이나 메밀이 들어 있는 음료수, 음식이 좋고, 식욕이 왕성한 태음인들은 콩국수, 소화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소음인들은 황기나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 같은 음식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하는 게 무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되겠다. /최변탁 생명수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