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니가 형사야?”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끈질기게 자신의 뒷조사를 하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조사국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에게 남발하는 대사다. 한지철은 결국 극 후반 금감원 명함이 아닌 검찰청 공무원증을 들고 나타나 사건 해결에 나선다. 영화 ‘돈’의 내용이다. 

   
▲ 사진='돈' 스틸컷


배경지식이 없던 관객은 갸우뚱했을지도 모른다. 행정기관 직원에게 사법권이 부여될 수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 직원이 경찰처럼 나설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극 중에서도 한지철의 역할은 특사경까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내부 분석에 따르면 한지철의 역할은 검찰에 파견되는 직원으로 사료된다. 

실제 금감원에선 매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조사 1·2부로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통상 1년 정도 파견을 나간다. 현재도 6~7명이 남부지검에서 근무 중이며, 지난해엔 8명이 파견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도 영화 속 한지철과 같이 경찰을 지휘하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가? 답은 ‘NO’다.

금감원 검찰파견직은 수사관의 업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하는 역할은 자료 조사나 참고인 심문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한지철과 같이 통신기록을 조회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선 특사경 제도의 시행이 시급하다는 중론이다. 현실에선 주가조작범이 영화 속 번호표처럼 금감원 직원이 검찰파견직원으로 변모해 잡기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직원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2015년 8월 특사경 추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금융위는 한번도 특사경을 추천하지 않았다. 

금감원 특사경 추천권은 금융위원장에게, 지명권은 검사장에게 있다. 안타깝게도 금융감독원장에겐 추천권이 없다.

   
▲ 사진='돈' 스틸컷


특사경은 민간 접촉이 많은 분야의 행정공무원 중 각 지방경찰청장이 고발권뿐만 아니라 수사권까지 부여한 이들을 가리킨다. 보통 특정 직책 담당자가 자동으로 특사경으로 지명되도록 연계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법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단속 과정에서 직접 수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금융위는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 직원이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사법경찰권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금감원의 특사경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 ‘돈’이 흥행 홈런을 치며 특사경 제도 시행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 '돈' 덕분에 특사경 시행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에서도 이르면 다음주 중 금감원 직원들을 특사경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 제도가 금감원에 진즉 도입이 됐더라면 영화 속 한지철도 조일현과 번호표를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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