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단체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 단체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제 단체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지금, 앞으로 더 큰 곤경에 빠질 쪽은 경제 단체가 아닌 정부라는 점을 인지하고 “주눅 들지 말라”는 주문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전경련 패싱’을 확실시 했다. 지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적폐’로 낙인을 찍힌 전경련이 또 한 번 굴욕을 당한 셈이다.
전경련은 지난 국정농단 사건 이후 과거 회비의 절반을 담당했던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LG, SK)이 탈퇴를 하면서 회비 수익이 대폭 줄었고, 여기에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 수입마저 악화됐다.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전경련이지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또 다른 경제단체인 경총도 전경련과 마찬가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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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입구 /사진=전경련 제공 |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공개 비판했던 경총은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로부터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탄을 받았다.
정부 정책에 ‘토를 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은 셈이다. 이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경총은 최근 김영배 전 부회장이 업무 상 횡령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자택을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등 반기업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도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참여연대, 민변 등 반기업 정책에 찬성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것과 대조된 모습이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의 패싱이나 압수수색에 굴하지 않고 경제 현실에 대한 제대로 대안을 꾸준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사실상 경제 단체의 도움이 필요한 건 정부”라며 “정부가 경제 단체가 제안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결국 국가 경제는 퇴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겠지만 경제 단체는 정부의 패싱이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경제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의견을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정권은 길어봐야 5년이지만 한국 경제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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