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투자증권이 16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으로 사실상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불법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오는 3일 개최된다.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에도 시선이 쏠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1600억원대 발행어음과 관련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오는 3일 진행된다. 이번 제재심의 핵심은 발행어음이 사실상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불법 대출’이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여러 차례 제재심이 연기됐던 터라 심의의 내용과 징계 수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더욱 커진 상태다.

   
▲ 사진=미디어펜


금감원은 작년에 진행한 종합검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0억원의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유입된 정황을 문제 삼았다. 한투가 발행어음 1호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현행 자본시장법이 금지하고 있는 ‘개인대출’을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매입했고, 이후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분이 최 회장에게 넘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이 SPC에 대출을 해줬지만 결과적으로는 최 회장의 개인 지분 확보에 이용된 셈이라 사안이 복잡해졌다.

금감원은 이미 작년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한바 있다. 이번 제재심의위가 이 통지안을 받아들일 경우 중징계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사안이 업계 최초인 점을 고려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면서도 “발행어음 자금이 개인대출로 가는 경우는 당초 목적에 훼손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개인대출이 아니라 특수목적법인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정무위)은 지난달 27일 “금융부문 제재·처벌은 실질 주체에 따라 진행됐다”며 “한국투자증권이 실질적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신용을 공여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강조해 한투 징계 여론에 힘을 실었다.

만약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이뤄질 경우 사안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K실트론 지분 획득과 관련한 사익편취 논란도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제재심의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받아야 징계가 확정된다. 이번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제재 확정은 내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만큼 이번 제재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금융당국이 상당히 엄격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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