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 승계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앞날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칼의 주주인 국민연금과 행동주의펀드 KCGI의 영향력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추후 경영권을 물려받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리더십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기업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이 추후 대한항공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조 회장이 요양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하자, 올해 시무식을 직접 챙기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조 사장은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은 부친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왔다.
다만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경영 성과가 없다는 것이 그의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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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대한항공을 이끌게 된 조 사장 앞에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세와 지분 이양 등의 숙제가 놓여있다. 특히 ‘상속세’ 문제의 경우, 조 사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17.8%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진에어, (주)한진, 정석기업, 칼호텔네트워크 등 주요 한진그룹 업체들의 최대주주다.
만약 조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는 약 16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조 회장이 보유한 1055만주의 가치 3250억원(4월 8일 장중 가격인 주당 3만800원 적용)에 50%의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상속세를 최대 5년간 분납할 경우 연간 325억 원에 해당한다. 이 같은 규모의 상속세를 한진칼의 배당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진칼은 지난 2018년 이익에 대해 179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말 조 회장 및 세 자녀의 합산 한진칼 합산 지분율 24.8%를 고려하면 한진칼 배당금만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한진칼의 2018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 (FCF)은 82억원, 당기순이익은 379억 원이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조 사장이 상속을 받을 경우 한진칼로부터의 배당보다는 상속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에 의존하거나 한진칼 지분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한진칼 지분 상속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행동주의 펀드 그레이스홀딩스(KCGI)의 영향력이 빠르게 강화된다는 점이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취득 중이다. 8일 기준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3.6%로, 직전보고일인 3월 18일 대비 0.8%포인트 늘었다.
때문에 조 회장의 별세와 상관 없이 KCGI 측은 한진칼 지분 취득을 통해 한진칼의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 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KCGI 측의 영향력이 더욱 빠르게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속세율을 50%로 단순 적용할 경우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03%, KCGI와 국민연금공단의 합산 지분율은 20.81%”라며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최대주주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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