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을 존경할만한 항공사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9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항공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들로 하여금 “대한항공은 믿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다”는 생각을 심겠다는 목표다.

또 ‘항공전문가’를 자처한 조 회장은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며 “물류에서 일류가 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한눈 팔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을 하기 보단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신규 사업 하다가 잘못된 그룹도 많다”며 “그런 실수를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물류가 단순해 보이지만 범위가 매우 넓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4월에는 인터뷰를 통해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라며 “취약점을 보완하거나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얻기 위한 M&A는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덩치 키우기를 위한 M&A는 절대 사절”이라며 “재계 몇 위인지 보다는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한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조 회장이 남긴 어록이다.

   
▲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경영 철학

“서비스는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벤치마킹한다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안전이나 규정을 지키되, 유연성 있게 규정과 안전 범위 내에서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 즉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게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10월 언론 인터뷰 중)
 
“항공 산업은 한 두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전문가들이 책임 있게 일해 나가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최고경영자나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론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끔 하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항공업계의 최고경영자입니다.” (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show)’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엔 ‘한 우물을 판’ 기업들이 가치를 인정받겠지요. 기업사를 되짚어 봐도 그렇고요.” (2008년 4월 언론 인터뷰 중)
 
안전 / 서비스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입니다.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 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2016년 1월 신년사 중)
 
“항공사 경영은 ‘안전’과 ‘서비스’를 재료로 ‘고객의 행복’ 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입니다.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철저하고 탁월한 품질의 ‘안전’과 ‘서비스’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대한항공의 규정과 매뉴얼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판입니다. 그러한 규정과 매뉴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몫입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스포츠 /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무한한 힘을 가졌습니다. ‘통합의 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크로게 IOC위원장이 폐막식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올림픽 더 나아가 스포츠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줍니다. 저도 스포츠는 우리의 삶에 희망을 주고, 평화를 정착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중)
 
“올림픽을 유치했으니 성공개최로 끝맺음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큽니다. 애국심과 봉사정신으로 하는 일입니다. 올림픽은 평창만의, 강원도만의, 문화체육관광부만의 행사가 아닙니다. 국가 대업입니다. 중앙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삼위일체로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2014년 11월 언론 인터뷰 중)
 
“평창만 보여주면 안 돼요. 대한민국을 보여줘야죠. 뭘 보여줘야 하느냐는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에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문화가 아니라, 외국인이 관심 갖는 한국 문화를 찾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문화가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외국인에게 전파될 수 있거든요.” (2015년 11월 언론 인터뷰 중)
 
사회공헌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서비스는 돈이 아닌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측면과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는 뜻에서 접근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이용해주신 고객이 없었다면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2월 루브르박물관 한국어안내서비스 기념행사 중)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함축한 표현입니다. 우리의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봉사와 실천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14년 3월 창립45주년 기념사 중)
 
“우리 회사의 사훈은 ‘창의와 신념’, ‘성의와 실천’, ‘책임과 봉사’ 입니다. 그 중  ‘책임’과 ‘봉사’가 하나로 묶여 있는 이유는 우리 각자가 주어진 임무에 ‘책임’을 다할 때 그것이 고객과 국민에 대한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2016년 3월 창립 47주년 기념사 중)
 
미래 성장전략 관련
 
“대한항공이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회사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09년 3월40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진그룹이 지향하는 구조조정의 정의입니다.” (2012년 3월 43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미래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할 일을 다 하고 정도를 걷는다면 어떠한 경영환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날이 새롭고 더욱 새로워진다는 ‘신우일신’의 자세로 항상 변화하면서 어려움에 대비한다면 우리의 비전과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2013년 3월 44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기타
 
“‘한국 사람끼리만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세계화 추세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로컬라이제이션(지역화)’이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입니다.” (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의 체질이 다릅니다. 지나친 고액 연봉과 단기 실적 위주인 미국 경영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희생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2008년 12월 언론 인터뷰 중)
 
“한국경제는 결국 ‘오너십’이 있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로 끌고 가야 합니다. 미국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오너’가 없으니 단기 이익만 노리고 경영을 합니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투자하고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언론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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