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출이 줄고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경영 시계가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기업 조이기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잇는 가운데 경제 대국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성장전망치를 또 하향 조정했다. IMF가 9개월 만에 세 번째 전망치를 내려 잡으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F는 9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내다봤다. 이는 3개월 전 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기가 부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에서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무역전쟁’의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대국들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와 기업들 역시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영향은 우리 수출에 증폭돼 나타나는 경향이 짙다. 통상 갈등이 미·중에서 미·EU로 확대되는 것은 우리에게 부정적”이라며 “세계 경제의 힘 자체가 떨어지고 국가간 협력이 약화되면 자국 보호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안 좋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수출은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 “금년도 수출은 '상저하고'의 모습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나 당분간 녹록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안팎에서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출구전략 마련에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투자·고용확대를 추진하면서 미래성장동력까지 확보해야 하는 등 어깨가 점점 무거워 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반기업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은 물론 탄력근로·최저임금 등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노동생산성 저하 등 문제점이 수두룩 하지만 기업들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수차례 의견을 전달해도 달라지는 부분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경쟁국들은 뛰어가는 데 우리는 제자리걸음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협력사들도 힘들다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